[브렉시트 쇼크 이후] <2>기득권에 분노한 민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난민문제에 대한 불안과 소득 양극화, 세대 간 갈등이라는 국내 문제가 한꺼번에 분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EU 탈퇴를 통해 노르웨이나 스위스 같은 모델을 추구하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불분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프랑수아 올랑드(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프랑스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마뉘엘 발스 총리, 야당인 민주독립연합의 장 크리스토프 라가르드 대표 등 여야 지도자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파리 EPA 연합뉴스
난민 문제도 향후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내 이민자는 전체 인구의 약 13%인 840만명으로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난민이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 탈퇴는 영국의 이민자 수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선거 기간 일부 정치인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1200만명에 이르는 터키인이 영국으로 와서 서민 일자리를 뺏고 복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해 유권자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변화다. 같은 그리스·로마 문명을 기반으로 기독교가 중심인 EU가 이슬람이 중심인 터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존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영국은 일단 EU 탈퇴 후 EU와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하는 스위스나 노르웨이 등의 모델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2012년 스위스 잡지 ‘벨트보헤’와의 인터뷰에서 “브리처랜드(Brizerland·브리튼과 스위처랜드의 합성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산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영국이 스위스처럼 EU와 자유로운 금융거래가 가능하게 만들고 무역도 하겠다는 것이다. 스위스 모델과는 별도로 비(非)EU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FTA는 EU와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을 맺고 EU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EU 규제를 따르고 이민자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영국은 노르웨이 모델 채택이 쉽지 않은 상태다. 스위스 모델 역시 영국 금융산업이 전 유럽에 직접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스위스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적용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6-06-27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