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찰도 비웃는 ‘존슨식 범죄와의 전쟁’

英 경찰도 비웃는 ‘존슨식 범죄와의 전쟁’

이지운 기자
입력 2021-07-28 20:54
업데이트 2021-07-2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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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전자감시·전담 경찰관 등 대책
경찰 “인력·지원 되레 줄어들어” 냉소

‘사회봉사명령을 수행 중인 범죄자들에겐 눈에 확 띄는 하이비즈(야간 근로자를 위한 형광색 의복)를 입혀라, 음주사범의 땀에서 알코올 성분을 검사하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8일 의욕적으로 발표한 ‘치안 대책’이 본격 시행도 되기 전에 비웃음을 사고 있다. 영국판 ‘범죄와의 전쟁’이 발표됐는데 야당은 물론 경찰들까지 “탁상행정”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발표된 ‘치안 대책’엔 범죄 퇴치를 노린 각종 묘책이 망라됐다. 우선 음주 관련 범죄자에 대해 알코올 측정 태그를 부착시키고, 교도소 출소자들에 대한 전자감시 장비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무단결석하는 학생을 다룰 경찰관을 더 많이 배치하고, 폭력 수준이 높은 학교엔 관련 전문팀을 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반적으로 감시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여기까지는 기존에 시행되던 치안 정책들의 강도를 높인 수준이다.

‘치안 대책’엔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간 파격 방안들이 포함됐다. 과거 호주와 미국 남부 등지에서 수감자들을 체인으로 연결해 교도소 밖 노동에 투입했던 사례를 참고해 하이비즈를 입힌 채 거리를 청소하는 사회봉사명령 처벌을 내리는 방안, 음주사범의 땀에서 알코올 성분을 측정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거주하든, 당신의 전화를 받아 줄 전담 경찰관을 만들겠다”며 마을마다 주민들이 연락할 전담 경찰관을 두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장 경찰들은 냉소했다. 가디언은 “이상하고 교활한 대책”이라는 현장 서장들의 반응을 그대로 제목으로 달아 보도했다. 노동당은 “말도 안 되는 속임수이자 정부의 끝도 없는 위선”이라며 “정부가 법과 질서에 대해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존슨 총리가 2년 전에도 “이제 두려워 해야 하는 사람들은 대중이 아니라 범죄자들”이라고 선포했지만, 경찰에 대한 처우만 열악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존슨 총리는 당시 수조원의 신규 교도소 건립 예산 투입, 경찰 2만명 증원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경찰관 급여 동결계획이 발표돼 일선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2021-07-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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