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없으면 태블릿 만지지 마” 日 국회, 머나먼 ‘디지털 혁신’

“자신 없으면 태블릿 만지지 마” 日 국회, 머나먼 ‘디지털 혁신’

김태균 기자
입력 2020-11-09 22:18
업데이트 2020-11-1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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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페이퍼리스 첫 회의서 촌극
일부 의원, PC 자료 다시 종이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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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 총리로 스가 선출…7년8개월만의 총리 교체
일본 새 총리로 스가 선출…7년8개월만의 총리 교체 (도쿄 교도=연합뉴스) 일본 중의원은 16일 본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총재를 제99대 총리로 선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1시2분께 중의원 본회의 장면. 2020.9.16 연합뉴스
“오늘부터 종이를 없애고 태블릿PC로만 회의합니다. 태블릿PC 조작은 사무직원들이 할 테니까 자신 없는 분들은 절대로 화면에 손대지 마세요.”

지난달 16일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 회의. 아마리 아키라 세제조사회장은 이날 인쇄된 종이자료를 없앤 ‘페이퍼리스’ 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디지털 기기가 생소한 고참의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태블릿PC 화면을 손가락으로 쿡쿡 눌러 보며 신기해했다고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자민당이 ‘디지털 혁신’을 전면에 내건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방침에 따라 각종 회의에서 종이를 몰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외교, 농림, 교육, 과학 등 정책분야별로 회의를 할 때 많게는 200여부씩 자료를 인쇄해 참석의원들에게 배포해 왔다. 자료를 준비하느라 직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고 시대의 흐름에도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9월 스가 총리 취임 이후 태블릿PC 대체를 본격화했지만, “종이를 갖고 다닐 필요 없이 자료를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돼 정책을 검토하기가 쉬워졌다”(40대 의원)는 환영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태블릿PC 조작이 너무 어려워 종이가 훨씬 더 낫다”(70대 의원)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태블릿PC로 받은 자료를 다시 종이로 인쇄하는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마이니치는 “이런 상황은 입헌민주당 등 야권이라고 해서 자민당보다 더 나을 게 없다”고 전했다. 일본 국회에서는 각료나 의원들이 본회의장이나 각종 위원회 등에 태블릿PC를 갖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당연히 대정부 질의 등에도 활용할 수 없다. 두꺼운 예산서 책자를 모든 의원에게 배포하는 관행도 변하지 않았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20-11-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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