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에 중동 주요국 ‘양분’…치이는 美외교

이집트 사태에 중동 주요국 ‘양분’…치이는 美외교

입력 2013-08-19 00:00
업데이트 2013-08-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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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카타르 vs 사우디·UAE…”동맹국들 갈려 美도 소극적 반응”

이집트 유혈사태에 대해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주요 국가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양분된 반응을 보이면서 미국의 상황 대응도 꼬이고 있다.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정권을 지지했던 터키와 카타르가 군부의 시위대 무력진압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왕정국은 군부의 입장을 옹호한다.

이집트뿐만 아니라 시리아, 이란 문제 등 중동의 각종 외교 사안들에서 이들 국가와 협력을 도모해야 하는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중동 동맹국들 180도 다른 입장에 미국도 몸 사려”

미국진보센터(CAP)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브라이언 카툴리스는 “카타르와 터키가 말하는 것은 사우디가 내세운 입장과 180도 다르다”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집트 위기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동에서는 지금 힘과 영향력을 놓고 주요국 간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라며 “미국은 서로 긴장관계를 이루곤 하는 국가들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의 침묵도 이런 상황으로 일부 설명이 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집트 유혈사태 이후 중동 내 미국 동맹국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이슬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성명을 내 군부의 무력 진압을 “대학살”이라고 규탄했다.

카타르도 다른 걸프 왕정국과는 달리 무르시 정권에 전폭적인 경제 지원을 해 온 터라 이번 사태를 강력히 비난하는 입장을 냈다.

카타르 정부가 세운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동적인” 보도 양태를 보였다고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INEP)의 데이비드 셴커는 지적했다.

반면 이슬람주의를 체제 위협으로 보는 사우디와 UAE는 군부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른바 ‘급진세력’에 사태의 책임을 돌렸다.

이들 국가는 아랍권 각국을 휩쓴 시민혁명 이후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잇따라 권력을 쥐는 현상을 우려스러운 눈길로 지켜봐 왔다.

사우디와 UAE, 쿠웨이트는 군부의 무르시 축출 직후 이집트 과도정부에 총 120억 달러(13조4천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의 지원금액(연간 15억 달러)을 크게 웃도는 액수다.

◇양분 여론 활용시도도 실패…원조 중단도 딜레마

미국은 앞서 중동 여론이 이처럼 양분된 상황을 사태 중재의 지렛대로 삼으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나 최악의 유혈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에 따르면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달 초 UAE 및 카타르 외무장관과 잇따라 접촉, 이집트의 양 세력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압둘라 빈 자예드 UAE 외무장관과 만나 이집트 과도정부에 무력 사용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카타르 외무장관에게는 전화통화를 통해 무르시의 권력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에 폭력 자제를 독려하라고 촉구했다.

UAE와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후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사태 중재를 위한 외교 사절단으로 이집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비록 사절단의 중재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으나, 이들 두 국가의 장관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것은 외교적 성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집트 사태 초기에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해 어정쩡한 대응 기조를 취한 것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무르시 정권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고 군부를 지원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탓에, 지금에 와 원조중단 문제를 두고 외교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아랍권 동맹국들이 앞으로 이집트 정국에서 각기 자기 지분을 찾으려 들면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이집트 사태의 진행 과정에서 거의 영향력이 없었다”며 “원조 중단이 당장은 도덕적 만족을 주겠지만, 군부가 민주적 이행을 받아들이게끔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전을 막으려면 군부와 무슬림형제단 어느 쪽도 편들지 않으면서 ‘작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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