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 시리아 피흘린 5년… 25만명 사망·1130만명 유랑 생활

[글로벌 인사이트] 시리아 피흘린 5년… 25만명 사망·1130만명 유랑 생활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03-14 17:36
업데이트 2016-03-1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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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가 부른 내전 국민 절반 ‘난민’ 전락 “나라 쪼개자” 분할론까지

2011년 3월 15일 시리아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발생 5년을 맞았다. 초반 반독재 투쟁의 성격을 띠었던 거리 시위에 이슬람 종파 간 갈등,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및 강대국의 개입 등이 얽히면서 내전으로 비화됐다.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한 난민들은 유럽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국제사회의 중재에도 시리아 평화회담은 진척을 보이지 않아 내전의 끝은 아득히 멀어 보인다. 최근 시리아 분할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중동 국가들은 이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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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난민은 아니었다
날 때부터 난민은 아니었다 그리스 북부 국경 도시 이도메니의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중동 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우의를 입은 채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전쟁을 피하려는 이들이 유럽으로 향하면서 유럽에서 반난민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현재 난민 4만 4000여명이 정부에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이도메니 EPA 연합뉴스
중동의 반정부 시위 물결인 ‘아랍의 봄’ 영향으로 시리아에서는 남부 도시인 데라에서 청년 15명이 “국민은 정권을 무너뜨리길 원한다”라는 구호를 벽에 낙서했다. 시리아 당국이 이들을 체포해 고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011년 3월 15일 수도 다마스쿠스, 데라 등 주요 도시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권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3월 18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시위에 발포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시리아 시민들이 분노한 배경에는 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과 부패, 종파와 민족에 따른 차별, 그리고 개혁 실패로 인한 경제 위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대통령직을 세습한 알아사드는 영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 출신으로 아버지보다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 활동을 부분적으로 자유화하고 시장경제로의 개혁과 경제 개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반발로 정치 개혁은 무산됐으며,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그의 경제 개혁은 소득 불평등만 확대시켰다. 시리아 국민의 74%를 차지하지만 시아파 주도의 정권에서 배제됐던 수니파의 오랜 불만은 경제 악화로 더욱 고조됐다.

민주적 개혁, 정치범 석방, 부패 척결 등을 정권에 요구하던 시위대는 4월에 접어들며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알아사드 정권도 시위 진압을 위해 기갑부대를 동원하면서 5월 말 민간인 사상자는 1000여명에 이르렀다고 BBC가 전했다. 시위대에 대한 정권의 무력 행사가 거세지면서 정부군에 대항해 무기를 든 시민군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정권 지지 기반인 군대에서도 이탈자가 발생했다. 7~8월에 이르러 반정부 무장단체인 자유시리아군과 국내외 반정부 인사들이 주도한 시리아국가위원회가 결성되는 등 반정부 세력이 조직화되면서 내전이 본격화됐다.

2012년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수니파 국가와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면서 반정부군은 정부군과 무력으로 맞설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게 됐다.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세력과 민간인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시리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실시하지 못하자 이들 국가가 개별적으로 반정부 세력 지원에 나선 것이다. 걸프 연안 국가들은 반정부 세력의 무기 구입을 재정적으로 지원했으며, 터키는 자유시리아군을 지지하며 군사작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미국도 2012년 7월 자유시리아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민간단체로 승인했다.

반면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에 재정적·군사적으로 지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013년에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이에 시리아 내전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자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13년 시리아 영토의 60%가 반정부 세력의 손에 떨어지자 정부군은 이란, 헤즈볼라, 그리고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때 반정부군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의 테러와 과도정부 역할을 했던 시리아국가위원회의 내부 갈등으로 정부군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변수가 시리아 내전에 등장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IS는 2014년 6월 칼리프 국가를 선언하고 8월 시리아의 락까를 점령해 사실상의 수도로 삼았다. IS가 전 세계를 상대로 잔혹한 테러를 저지르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넓히자 미국은 2014년 8월 알아사드 정권 대신 IS 격퇴로 전략을 수정하고 IS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러시아도 2015년 9월부터 대IS 공습에 나섰으나,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IS가 아닌 반정부 세력을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IS 격퇴에 힘을 쏟는 사이 알아사드 정권은 올해 초부터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반정부 세력의 핵심 근거지인 알레포까지 압박해 들어갔다.

시리아 내전 5년 동안 사망자 수는 25만명을 넘어섰다고 BBC가 전했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내전 발발 전 2300만명에 이르던 시리아 인구 중 절반가량이 거주지를 잃고 난민으로 전락했다. 이 중 650만명은 국내에서 유랑 생활을 하고 있으며, 480만명은 유럽 등 국외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의 70%가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3분의1가량이 생존에 필요한 식품조차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리아를 떠난 480만명의 난민 가운데 지난해 100만명가량이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유럽 또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시리아 난민의 급증으로 반이민 정서가 유럽 각지에 팽배해지면서 극우 세력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각국이 난민 유입 저지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유럽 통합의 근간이었던 각국 간 자유로운 이동 보장이 흔들리고 있다.

유엔이 주도하는 시리아 평화회담이 14일(현지시간) 열렸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평화회담 개최를 위해 지난달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내 임시 휴전에 합의했으나,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상대방이 공격 행위를 해 합의를 깼다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정치를 전공한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휴전 합의로 시리아 내전의 강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내전 상황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IS와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격인 알누스라 전선이 평화회담에서 배제돼 회담의 실효성이 낮고, 회담 당사자 간 이해관계와 목표가 매우 달라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재 서방 등 미국과 수니파 온건 반정부 세력은 알아사드 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이란·시리아 정부는 정권 교체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시아파 정부, 수니파 반군, 쿠르드족이 시리아를 삼분하는 플랜B 계획이 미국 정부와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평화회담을 주도하는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13일 “평화회담에서 정치적 해결안을 성공적으로 도출하는 것 외에 실제 가능한 플랜 B는 없다”고 못박았다. 서 교수는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가 임의로 설정한 국경을 따라 다양한 종파와 민족을 불안정하게 아우르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시리아의 3분할론을 받아들일 리 없다”면서 “시리아가 내전으로 분할된다면 이웃 중동 국가들도 국내 여러 종파와 민족의 독립 또는 자치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03-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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