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만에 진압 원동력은
쿠데타측 방송국 등 일시 장악에르도안 대통령 페이스북 호소
거리 나선 시민들 SNS 생중계
반대시위 촉발… 탱크 막기도
수갑 찬 쿠데타
터키 당국이 쿠데타에 연루된 군인 약 3000명을 체포하면서 대규모 숙청이 시작된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쿠데타에 개입한 군 장병들이 뒤로 수갑이 채워진 채 호송차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이스탄불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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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터키 군부세력의 쿠데타 시도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발이 묶였던 시민들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해 서로를 껴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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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일부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시민과 친정부 군·경의 저지로 6시간 만에 진압됐다. 당시 여름휴가차 수도 앙카라를 비웠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쿠데타 저지를 호소했고 이에 호응한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쿠데타 세력과 맞서면서 신속하게 쿠데타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쿠데타 세력은 지난 15일 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 대교 2곳을 시작으로 전투기까지 동원해 이스탄불과 앙카라의 국제공항, 국영방송국, 위성통신회선, 국회의사당 등 주요 국가기간시설을 차례로 장악해 나갔다.
당시 행방이 묘연해 망명설까지 나돌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부의 권력 장악 선언이 나온 지 2시간 만에 애플 아이폰의 영상통화 앱 ‘페이스타임’을 통해 CNN 투르크 방송에 등장했다. 에르도안은 CNN 투르크 앵커와 인터뷰에서 “쿠데타는 군부 소수 세력의 반란”이라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을 보여달라”고 시민들에게 말했다. 또 “휴가지에서 앙카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에르도안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신이 도착할 공항에 나와줄 것을 요청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호소에 터키 국민들은 군부의 통행금지령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쿠데타 세력에 저항했다. 시민들은 쿠데타에 동원된 탱크를 둘러싸고 군인을 끌어내렸고,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을 직접 체포해 경찰에 넘겼다. 수백명이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나와 “군부 퇴출”을 외치며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이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와 트위터 페리스코프 등을 통해 영상으로 생중계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16일 새벽 4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해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6시간 단막극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07-18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