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탈리아 ‘戰士 왕자’, 유골 분석하니 여자

고대 이탈리아 ‘戰士 왕자’, 유골 분석하니 여자

입력 2013-10-23 00:00
업데이트 2013-10-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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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최근 발굴된 에트루리아 고분 속에서 창을 손에 든 2천600년 전의 유골이 발견돼 현지 언론들로부터 ‘에트루리아의 전사(戰士) 왕자’라는 이름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토리노 대학 과학자들이 유골을 분석한 결과 주인공은 35~40세의 여성으로 밝혀져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주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22일 보도했다.

기원전 400년경 로마제국에 흡수된 고대 왕국 에트루리아의 대규모 공동묘지였던 타르퀴니아는 암석층을 깎아 만든 6천여 기의 고대 무덤들이 발굴된 곳으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발굴팀은 최근 이 곳에서 완전히 밀봉돼 전혀 훼손되지 않은 상태의 새 무덤을 발견했다.

무덤을 막고 있던 돌판을 치우자 두 개의 큰 판이 드러났는데 그 중 하나에는 창을 든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누워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타다 남은 또 하나의 유골이 있었다.

무덤 안에서는 여러 개의 장신구와 구리로 도금된 상자가 나왔고 그리스-코린트 식 그림이 그려진 향유병도 안쪽 벽의 못에 걸린 채 발견됐다.

학자들은 처음 창을 쥔 유골이 남성 전사, 아마도 에트루리아의 왕자일 것으로 생각했고 장신구들은 옆에 누워 있는 다른 유골, 아마도 왕자의 아내의 것이리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유골을 분석한 결과 창을 들고 있던 사람은 여성이었고 타다 남은 유골은 남성의 것으로 밝혀졌다.

발굴팀의 알레산드로 만돌레시 교수는 “이 창은 필시 죽은 두 사람 사이의 유대를 상징하기 위해 놓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 아테네 소재 영국 고고학연구소의 주디스 웨인가튼은 “창은 여성의 유골 옆에 놓여 있었고 이는 그녀의 높은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그 밖의 설명은 타당성이 희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발굴팀이 고분 안의 부장품을 가지고 해석하는 대신 우선 첨단 기술로 유골부터 분석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부장품으로 시신의 성별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유감이다. 한 예로 장신구만 보아도 현대인들은 이를 여성과 연관시키지만 고대에는 남성들도 장신구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은 고대 분묘를 해석하는데 여러 가지 편견이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때 번성했던 에트루리아의 문화에 관해서는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기록한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 당시 고분은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에트루리아 고분의 경우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의 생활 양식에 관한 고정관념이 정확한 해석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들은 격리된 채 살았지만 그리스 역사가 테오폼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에트루리아 여성들은 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 여성들은 밖에 나가 일하고 벌거벗은 채 돌아다니기도 했으며 자유롭게 술을 마시고 여러 남자와 교제해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자식들을 키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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