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알기 위해 북한 쓰레기 모은다”는 괴짜 일본학자

“북한 알기 위해 북한 쓰레기 모은다”는 괴짜 일본학자

입력 2016-03-25 16:17
업데이트 2016-03-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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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입국 금지되자 북중접경 47차례 오가며 고물수집

쓰레기 수집을 통해 베일에 싸인 북한 사회를 분석하는 일본인 학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일본 야마나시 현의 야마나시가쿠인(山梨學院) 대학에서 한국 현대사 교수로 활동하다가 은퇴한 미야쓰카 도시오(68) 씨의 이색적인 연구 방식을 소개했다.

미야쓰카 교수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고물상 앞마당 같은 풍경에 모두 놀라곤 한다.

도자기, 장난감, 담뱃갑, 책, 쌀, 콩, 옥수수, 달력, 햄버거 포장지, 선전물, 비아그라, 콘돔, 여자 속옷까지 잡다한 쓰레기가 눈에 띈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이들 쓰레기가 모두 북한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야쓰카 교수는 북한 쓰레기를 분석해 북한 사회의 현실과 변화를 파악해내는 독특한 학자다.

그는 1990년대 식량 배급표를 통해 신난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그려냈고, 여러 종류의 담뱃갑으로 사회 계층분화를 알아챘다.

북한이 자체 개발한 비아그라, 희소하지만 쓰레기로 수집되는 콘돔 등을 통해서는 북한 내 성 풍속도의 변모까지 가늠했다 .

미야쓰카 교수가 북한 쓰레기 수집을 시작한 것은 1991년 북한 방문 때부터였다.

북한 당국이 허락한 장소만 들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그는 호텔을 몰래 빠져나와 시내를 정찰했다.

담배 꽁초와 빈 상자 같은 쓰레기를 보면서 인류학적 가치를 느꼈다고 한다.

미야쓰카 교수는 “쓰레기 속에 북한의 진짜 모습이 있을 수 있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연히 주운 한 학생의 공책에서 ‘총사령관’ ‘영부인’과 같은 영어단어, 공개처형 모습을 그린 낙서를 보며 희열을 느꼈다.

미야쓰카 교수는 북한 여행이 끝나기 전에 전화번호부를 입수하려고 했다. 북한 국가기관의 조직을 볼 수 있는 원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북한 당국의 의심을 받아 전화번호부를 얻지 못한 채 쫓겨났고 향후 북한 입국마저 금지되고 말았다.

입국 금지는 미야쓰카 교수의 쓰레기 수집 열정을 부추겼다.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려는 집념과 같은 것이었다”며 “북한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접경에라도 가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야쓰카 교수는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을 오가면서 쓰레기 수집을 재개했다.

그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7차례나 북중 국경에 다녀왔고 그렇게 원하던 전화번호부도 2천 달러(약 234만원)에 사들였다.

그와 그의 부인은 2012년 수상한 행동 때문에 중국 국경을 지키는 병력에 붙잡혀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현재 미야쓰카 교수의 쓰레기 창고는 일본에 있는 북한 연구자들의 거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북한 정보에 집착하는 오타쿠뿐만 아니라 학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오사카 간사이 대학의 이영화 교수는 “미야쓰카 교수는 진짜 괴짜이지만 존경할 괴짜”라며 “발품에 토대를 두는 까닭에 그의 북한 정보, 분석은 최고 수준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쓰카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과 관련한 서적 10권을 내놓았다.

그의 목표는 수집한 쓰레기를 전시할 박물관을 여는 것이다. 그는 “북한 체제가 어느 날 무너지면 내가 세운 박물관이 북한의 실생활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털어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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