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DB 스캔들’ 불똥에 140년 역사 스위스 은행 문 닫는다

‘1MDB 스캔들’ 불똥에 140년 역사 스위스 은행 문 닫는다

입력 2016-05-25 14:16
업데이트 2016-05-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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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은행이 돈세탁 사건에 연루돼 강제 폐업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24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스위스 금융감독청은 프라이빗 뱅크인 BSI(방카 델라 스비체라 이탈리아나)가 돈세탁방지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향후 1년 내에 해산을 명령했다.

스위스 금융감독청은 지난 2월 BSI를 인수한 같은 스위스의 은행 EFG 인터내셔널에 BSI해산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스위스 검찰청은 혐의 사실에 대한 형사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BSI는 최소 40억 달러(4조5천800억 원)의 정부 자금을 유용한 의혹을 받는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기업 1MDB과 업무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스위스 금융감독청은 BSI가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정치적 인물들이 주고받는 수상한 자금 수억 달러에 대한 확인 의무를 소홀히했다고 결론지었다.

싱가포르의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통화청(MAS)도 이날 돈세탁 방지 규정 위반 혐의로 BSI의 현지 지점에 대해 상업은행 인가 취소와 폐쇄 명령을 내렸다. 또한 6명의 전·현직 BSI 임직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조사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라비 메논 MAS 이사는 “BSI 사건은 싱가포르 금융권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관리 부실이자 총체적인 위법행위”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금융 감독 당국이 상업은행에 대한 영업 허가를 취소한 것은 32년 만이다.

스위스와 싱가포르 당국이 동시에 BSI에 대한 조치를 발표한 것은 양국의 공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1MDB 스캔들은 본국인 말레이시아는 물론 스위스와 싱가포르, 미국과 룩셈부르크, 홍콩 등에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BSI가 철퇴를 맞은 것은 1MDB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많은 국제적 은행의 리스크를 새삼 부각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1873년 설립된 BSI는 스위스의 이탈리아어 사용권에서 사업하던 프라이빗 뱅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미국과 유럽 당국의 탈세 조사로 고객 자금이 대거 이탈하자 스위스의 중소형 은행들은 신흥시장 진출을 꾀했고 BSI도 이에 동참, 2005년과 2012년에 싱가포르와 홍콩에 각각 지점을 개설했다.

BSI는 지난해에는 미국 법무부와 화해하는 조건으로 2억1천10만 달러의 벌금을 문 전례가 있다. 스위스와 싱가포르 당국으로부터 이번에 부과받은 벌금은 각각 9천600만 달러와 1천만 달러다.

근 1억1천만 달러에 이르는 벌금은 이탈리아의 보험회사인 제네랄리에 최종적으로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제네랄리는 지난해 브라질의 BTG 팍투알 은행에 BSI를 매각했고 BTG는 올해 2월 이를 스위스의 EFG 인터내셔널에 되팔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EFG 인터내셔널은 BTG로부터 벌금 납부에 따른 비용을 회수한 상태이며 BTG팍투알이 이탈리아의 제네랄리 보험에 벌금을 청구할 차례라고 전했다.

1MDB는 나집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에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말 1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가 드러나면서 부실과 비리와 관련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나집 총리 개인 계좌에 8천억원에 달하는 돈이 흘러들어 간 정황이 당국에 포착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스위스 검찰은 지난 1월 말 1MDB 운영 펀드에서 약 40억 달러의 자금 유용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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