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라크 철군 요구 거부…미 국무부 “이라크 주권 존중해야”
터키 대통령이 이라크의 철군 요구를 거듭 거부하면서 이라크 총리를 막말에 가까운 표현으로 조롱했다.작년 12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바드르여단 대원들이 엑스자가 그려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터키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은 철군을 요구한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를 가리켜 “이라크총리가 나를 모욕하고 있다”면서 “먼저 당신의 한계를 깨달으라”고 했다.
그는 “당신은 내 대화 상대가 아니고 내 수준도 아니며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다르다”고 이라크 총리를 향한 모욕적 언사를 이어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신이 이라크 내에서 무슨 소리를 지르더라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행할 것이니 당신 주제부터 먼저 알라”고 덧붙였다.
심각한 외교적 결례로 비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알아바디 총리는 트위터에서 반발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우리는 당신네의 적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 투지를 통해 우리 영토를 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의 지상군 투입에 민감해진 알아바디 총리는 앞서 4일에도 “터키군의 이라크 영토침해 행위는 국지전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두고 주권 존중이라는 원론을 강조하며 대화로 갈등을 풀어가기를 촉구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터키를 겨냥해 “이라크의 모든 이웃 국가는 이라크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라크와 터키가 대화를 통해 답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라크와 터키는 터키군의 이라크 북부 군사작전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라크는 바시카에 있는 터키군의 철수를 요구했지만 터키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부터 모술을 탈환할 ‘지역 전사’를 훈련시킨다며 이라크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터키는 이슬람 시아파로 주로 구성된 이라크 정부군이 모술을 탈환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IS의 주요 거점이자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은 이라크와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의 전략적·상징적인 목표물이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IS가 축출된 뒤 모술의 인구 구성(시아-수니파 구성)이 변화하면 아주 큰 내전이나 종파 전쟁의 불꽃이 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터키는 국경지방에서 IS를 몰아낸다는 명분으로 지난달 시리아 북부 요충지 자라블루스에 군 병력과 차량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IS 격퇴전 파트너인 쿠르드계 민병대는 유프라테스강 동쪽으로 밀려났다.
터키는 쿠르드계 반군과 IS를 똑같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둘 다 자국군의 표적이라고 밝혀왔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계의 독립을 안보에 큰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터키 내 쿠르드계와 연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