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中 “800조원 수소 경제 잡아라”

EU·中 “800조원 수소 경제 잡아라”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11-02 18:04
업데이트 2020-11-0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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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가치 무한… 주도권 경쟁 치열
보조금 대폭 늘리고 인프라 투자 확대

덴마크의 전해조(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장치) 업체 ‘그린 하이드로젠 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 닐스 안 바덴은 요즘 고민이 크다. 나라에서 가장 큰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데도 주문이 폭증해 공급을 맞출 수 없어서다. 그는 “5~6년 전만 해도 덴마크에는 수소에너지 시장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정부가 보조금을 쏟아부어 수요가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기후변화를 등한시하고 전통 화석연료 산업을 고수하는 사이 유럽연합(EU)과 중국이 경제적 잠재가치가 무한한 수소 시장을 선점하고자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에너지 시장은 2050년까지 7000억 달러(약 8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서치 업체 리스테드 에너지는 “현재 각국 정부가 수소 경제 주도권을 쥐고자 자국 업체에 보조금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기에 업계에서는 이를 ‘수소 전쟁’으로 부른다”고 전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EU다. 올해 7월 수소전략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수소 에너지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수소 인프라에 4700억 유로(약 60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수소경제를 앞당기고자 늦어도 204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간 EU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 삼아 자신들이 비교 우위에 있는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지키려는 속내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가 ‘게임 체인저’로 떠올라 상황이 돌변했다. 내연기관 지키기에 몰두하다가 전기차가 너무 빠르게 퍼져 대응할 시간을 놓친 탓이다. EU의 수소 ‘올인’ 전략은 테슬라발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수소차 등 차세대 친환경 산업에 먼저 뛰어들겠다는 취지다.

중국에서도 지난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2060년까지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고 밝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내몽골 사막 지대에 대규모 풍력·태양광 발전단지를 짓고 있다. 여기서 만든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기 위해서다.

중국도 숨은 의도가 있다. 미국의 압박이 극단으로 치달아 서구세계와 완전히 단절되는 상황이 와도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다. 수소는 석유·천연가스와 달리 ‘국내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에너지’다. 중국 입장에서 수소는 자신들의 발전 전략을 뒷받침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0-11-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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