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탄생한 ‘왕의 칼’ 사인검(四寅劍)

12년만에 탄생한 ‘왕의 칼’ 사인검(四寅劍)

입력 2010-02-21 00:00
업데이트 2010-02-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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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물(靈物) 사인검(四寅劍)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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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검(四寅劍) 탄생 21일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교에 마련된 고려왕검연구소에서 이상선(57) 소장이 사인검(四寅劍)을 만들고자 담금질을 하고 있다. 문경=연합뉴스
사인검(四寅劍) 탄생
21일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교에 마련된 고려왕검연구소에서 이상선(57) 소장이 사인검(四寅劍)을 만들고자 담금질을 하고 있다.
문경=연합뉴스


 사인검은 범띠해(寅年) 음력 정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만든 칼이다.

 조선 초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사인검은 범의 기운이 4번 겹치기 때문에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해서 영물로 불렸고,예전에도 왕이나 왕이 특별히 하사한 공신 등만 소장할 수 있었다.

 올해 2월21일은 경인년(庚寅年) 음력 정월(寅月) 8일(壬寅日)로 지난 1998년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사인검 제작일이다.

 그중에서도 인시에 해당하는 오전 3시부터 5시까지가 사인검을 만들 수 있는 기회.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교에서 전통칼을 만들어온 고려왕검연구소 이상선(57) 소장은 그런 사인검을 21일 마침내 만들었다.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며칠 전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폐교 운동장에서 그는 20일 자정 무렵에 검 제작을 알리는 고사를 지내고서 쌓아둔 장작에 불을 지펴 3시간가량 태웠다.

 이날을 위해 3개월 전부터 준비한 그였다.

 아니 칼을 벼리고자 12년을 별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에 사인검 30자루를 처음으로 만들어본 그가 12년 만에 돌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2시간 안에 칼을 완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인시(寅時)에 고온으로 달군 칼을 물에 담군 뒤 식혀 날을 단단하게 만드는 열처리를 가리키는 담금질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3개월 전부터 쇳덩이를 가마에 넣어 두드려 늘린 다음 칼 모양을 만들고 연삭기로 갈아 45자루의 칼을 만들었다.

 단조 작업은 기계의 힘을 빌리더라도 고온에 달군 쇠에 망치질을 무수하게 가해야 하고 연마 작업 역시 사방으로 튀는 불꽃과 쇳가루를 맞아가며 참아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불이 어느 정도 사그라졌을 무렵 이 소장은 유일한 제자인 아들(28)과 함께 단조와 연마 작업을 거친 45자루의 칼을 숯불 속에 집어넣고 달궜다.

 그리고 마침내 인시인 오전 3시가 지나자 이 소장은 달궈진 칼을 차례로 꺼내 칼날부분을 찬물에 식히기 시작했다.

 사그라졌다고 해도 불은 여전히 1천도 이상의 고온이어서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이 소장은 중간 중간 땀을 닦거나 물을 마셔가며 화기를 식혔다.

 휘어지지는 않았는지,금은 가지 않았는지 살피고서 두들겨가며 담금질을 했다.

 이 소장은 한번 담금질이 끝나 어느 정도 식은 칼을 다시 불 속에서 열처리하고서 서서히 식혀 마무리했다.

 이때가 오전 4시30분께.

 아직 뜨거운 불을 뒤로하고 그제야 여유를 되찾은 그는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칼을 만드는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칼 중심부에 사인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28~31개의 별자리와 글씨를 새겨야 한다.

 크기가 제각각인 칼에 맞춰 나무와 가오리가죽 등으로 칼집을 만들고,상감이나 조각을 통해 손잡이도 만들어야 한다.

 그때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몇 년이 소요될지 장담할 수 없고,담금질 과정에서 버려야 할 불량품이 몇 개나 발생했을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담금질이 끝났을 뿐이다.

 그는 올해 사인검을 다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날인 3월5일에도 12자루의 칼을 다시 담금질할 예정이다.

 이 소장은 “모든 나쁜 기운을 불에 태우고 좋은 기운만 담아서 만드는 것이 사인검”이라며 “올해 내 나이대로 57자루의 칼을 만들어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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