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국민의 걱정거리 됐다”

“종교가 국민의 걱정거리 됐다”

입력 2011-08-23 00:00
업데이트 2011-08-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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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통렬한 자기반성..’21세기 아쇼카 선언’ 종교평화선언 발표



”우리 불교인들은 이웃 종교를 진정으로 ‘이웃’으로 생각하는데 충분하지 못했으며 이웃 종교인의 허물을 내 허물로 여기고 그들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여기는데 충분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자성과 쇄신 결사’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최대 불교 종단 조계종이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다.

23일 종교평화선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본부’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이날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기념관 3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 - 21세기 아쇼카 선언’ 초안을 발표했다.

아쇼카는 기원전 3세기경 인도를 지배한 마우리아 왕조의 왕으로, 아쇼카왕이 세운 아쇼카 석주에는 이웃 종교 존중과 생명 사상이 새겨져 있다.

도법 스님은 ‘21세기 아쇼카 선언’ 초안을 통해 불교인들이 그간 이웃 종교를 진정으로 포용했는지 자성하면서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소중히 여기며 이웃 종교인들과 더불어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분에게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연 도법 스님은 “사람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내 사람들이 안락하게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겠다고 나선 것이 종교이고 그 중 하나가 불교”라면서 “그런데 현실은 사람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 때문에 국민이 근심해야 하고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깊이 반성했다.

스님은 “민족의 종교라 할 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는 불교가 국민이 안락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왔다면 오늘 굳이 종교평화선언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면서 “안타깝게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해 종교 때문에 국민이 근심 걱정을 하게 됐고 이래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는 성찰과 반성에서 종교평화선언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8개월간에 걸쳐 작성된 이 초안은 “불교인들은 이웃 종교를 진정으로 ‘이웃’으로 생각하는데 충분하지 못했다”면서 “또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귀 기울여 배우려는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반성한다”고 자성했다.

또 ‘모든 존재가 서로 연관돼 있다’는 부처님의 연기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보면 “이웃 종교는 ‘이웃’에 있는 나 자신의 종교이며, 내 종교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라면서 “각 종교마다 기본 교리는 다를 수 있으며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느라 남의 종교를 비난하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건 자신의 종교에 오히려 더 큰 해악을 가져다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열린 진리관, 종교 다양성의 존중, 전법과 전교의 원칙,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 활동, 평화를 통한 실천 등 종교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도 제시했다.

초안에는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고 않고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를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의 믿음을 전하기 위해 공적 지위나 권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불교계의 입장과 다짐이 담겨 있다.

초안 작성 작업에는 명법 스님,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화쟁위원회는 무려 15차례에 걸쳐 회의를 갖고 초안을 검토했다.

조성택 교수는 “종교적 이념과 가치를 일상적 언어에 담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단순히 종교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이루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 다인종 사회에 대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쟁위원회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종교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불교 차원의 종교평화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8개월간 초안 작성 작업을 벌여왔다”면서 “국내 종단이 자체적인 종교평화선언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은 불교계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화쟁위원회는 종단 안팎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 최종안을 마련, 공개할 예정이며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종교학회 등에서도 발표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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