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의 제자 김정희 전남대 교수 인터뷰
”나는 기쁘다. 너희가 살아있고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지난 11일(현지시간) 퇴위를 발표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작년 8월 여름 휴가지에서 만난 제자단에게 이같이 말하며 다정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국내 가톨릭 여성 신학자 1호인 김정희(75) 전남대 사범대 명예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예전에는 속으로는 따뜻해도 겉으로는 저런 말씀을 안 하셨는데 한층 포근해지고 인간적인 느낌이었다”고 당시 모임을 회상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제자 40여명은 매년 8월 말 모인다. 이중 이틀간 교황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회 일치 운동 등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프랑스 파리에서 1년간 공부하다 1969년 독일로 건너간 김 교수는 1972년 ‘선교신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처음 베네딕토 16세를 만나 그의 학문과 인품에 매료돼 제자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김 교수의 주도로 1997년 전남대 부설 종교문화연구소를 설립할 때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여성 신학자를 냉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방황하던 김 교수를 다독인 것도 베네딕토 16세였다.
김 교수는 베네딕토 16세가 보수적 인물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신학을 피력한 분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라며 “보수라는 한 단어로 집약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종신직인 교황의 자진 퇴위는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제자인 그 역시 당황했을 터.
”어제 독일에서 연락을 받고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사실 하루 이틀 만에 내린 결정이 아닐 거에요. 인간의 한계성, 즉 나이가 들면 직무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늘 말씀하셨거든요.”
김 교수는 “평소에 직무수행도 제대로 못 하면서 지키는 종신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을 비췄었는데 이번에 큰 결단을 한 것 같다”며 “교황의 종신제에 대해 자기 대에 결단을 내려서 앞으로 후계 교황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의 한계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