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요염 ‘조권표 헤롯’

발랄·요염 ‘조권표 헤롯’

입력 2013-03-29 00:00
업데이트 2013-03-29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뮤지컬 ‘수퍼스타’ 새달 26일 공연

2000여년 전 예루살렘에는 세계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예수가 단연 으뜸이겠지만 유대문화의 황금기를 이끈 헤롯 왕도 무시할 수 없다. 민중의 반란을 막고 예루살렘 성전을 장악한 헤롯 왕은 신경과민과 권력투쟁의 공포로 왕비와 세 아들을 처형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에는 베들레헴의 영아 학살자로 전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탁월한 외교가이자 건축왕이라는 평가도 붙는다. 특히 예루살렘 성전, 마사다 요새 등 건축물은 지금도 유명한 방문지로 손꼽힌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만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수퍼스타)는 헤롯을 환락을 즐기면서 냉소적인 유대 왕으로 그렸다. “네가 그 유명한 예수로구나. …넌 ‘올해의 기적’으로 뽑혔어. 네가 말한 대로 내 수영장 물 위를 걸어봐”라고 빈정대면서 ‘헤롯왕의 노래’를 부른다. 극 전체에서 유일하게 밝고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장면이다. 예수와 유다, 베드로 등 다른 인물들은 익히 알려진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유일하게 헤롯만은 작품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버전 ‘수퍼스타’의 헤롯은 젊고 가볍지만 일본 극단 시키(四季) 버전에서는 나이가 많고 느물거린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주로 풍만한 체격에 여성스러운 캐릭터로 표현한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극적으로 가장 잘 변형할 수 있는 역할이 헤롯으로, 우리 버전에서는 발랄하고 유쾌한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선택한 인물이 보컬그룹 2AM의 조권이다. 귀엽게 방정을 떨어 ‘깝권’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설 대표가 추구하는 헤롯에 가장 적절해보인다. 조권은 “작품의 감초로서, 짧지만 큰 충격을 주는 역할을 제대로 할 자신이 있다. 깝권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요염한 표정을 더해 새로운 헤롯이 탄생하지 않을까 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수퍼스타’는 전체적으로 음악 편곡도 많이 했다.

그의 노래는 단 하나다. 그런데 아쉬움보다는 다행이라고 했다. “사실 가수의 발성과 뮤지컬 배우의 발성이 달라요. 차근차근 배우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헤롯은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 기억 속에 확 박히잖아요. 대단한 기회인 거죠.”

새달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수퍼스타’에는 조권과 함께 김동현이 헤롯을 연기하고, 유다는 윤도현·김신의·한지상, 지저스는 마이클리·박은태, 마리아는 정선아·장은아가 열연한다. 4만~13만원. 1577-3363.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2013-03-29 21면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