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 상관없이 사실 근거해 현대사 연구해야”

“정치·권력 상관없이 사실 근거해 현대사 연구해야”

입력 2013-03-29 00:00
업데이트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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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개정증보판 펴낸 서중석 교수

“현대사는 우리의 좌표를 이해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정치, 권력에 상관없이 사실에 근거해 현대사를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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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다음 달 정년 퇴임을 앞둔 ‘한국현대사 박사 1호’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가 한국현대사를 조명한 ‘한국현대사’ 개정증보판(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을 내놓았다. 8년 만이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해방 직후 친일파 청산의 문제, 이승만의 단독 정부 운동과 건국절 문제, 10월 유신 체제, 광주민주화운동과 6·10민주화 운동 등 현대사의 주요 쟁점들을 새로 발굴된 자료 등을 토대로 새로 쓰다시피 했다. 2000년 6·15 선언으로 끝을 맺었던 책을 개정판에서는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까지 현대사 13년을 더 넣었다.

서 교수는 28일 전화통화에서 “보수 세력이 이른바 ‘이승만 살리기 운동’을 숭배의 수준으로 과도하게 벌이면서 역사가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논쟁이 되는 광복절과 건국절 문제에 대해 증보판에서 상세하게 기술했다”고 말했다.

그는 1945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주장은 “독립운동가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독립운동을 전개해 광복을 맞은 것을 무시하거나 폄하하고 친일파의 반민족적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면서 “광복절이야말로 1945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선포를 기념하는 명칭으로 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이승만의 건국정신과 4·19정신이 일치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동영상 ‘백년전쟁’에 대해 “직접 출연까지 했기 때문에 어떻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이 동영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법정에서 판단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학문적인 논쟁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2년 뒤면 해방 70주년인데 적어도 해방 전후 시기는 객관적으로 사실에 기초해 충실하게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학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려 싸움을 벌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증보판에는 나무로 만든 투표함이라든가 기표 용구로 쓰인 탄피 등 새로 찾아낸 사진 자료들도 대거 수록됐다. 서 교수는 “어려웠던 시기에도 진취적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사진과 그림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퇴임 후 활동을 묻는 질문에 “3·15 부정선거가 어떻게 벌어졌는지와 4월 혁명이 일어나게 된 배경, 유신체제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을 10년에 걸쳐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2013-03-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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