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부모산성서 명문 성돌·원형 집수시설 확인

청주 부모산성서 명문 성돌·원형 집수시설 확인

입력 2013-08-23 00:00
업데이트 2013-08-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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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신라 유물 같이 나와…나제 쟁투현장 재확인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쟁투를 벌인 현장 중 한 곳으로 지목되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소재 고대 성곽인 부모산성(父母山城.충청북도기념물 제121호)에서 성곽 축조 혹은 운영과 관련될 것으로 추정되는 삼국시대 명문(銘文) 성돌과 3단 석축의 원형 집수(集水)시설이 확인됐다.

충북대박물관(관장 양기석)은 부모산성에 대한 올해 제4차 발굴조사 결과 서문지(西門址)와 연못 형태의 물을 모으는 곳인 집수시설, 제1보루(堡壘.방어용 구축물)의 나무기둥렬, 저장구덩이를 확인했으며 이곳에서 약 500m 지점에 있는 학천산성(鶴天山城)에 대해서도 발굴조사를 벌여 성벽구조 등을 확인했다고 23일 말했다.

글자가 적힌 성돌은 서문 터 조사에서 확인됐다. 길이 31㎝, 폭 20㎝ 안팎, 두께 12㎝ 정도인 이 성돌에는 ‘來’ ‘干’처럼 보이는 글자를 마치 낙서하듯이 어지럽게 긁어 얕은 새김으로 썼지만 정확한 판독은 쉽지 않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집수시설은 지름 9m인 평면 원형에 3단으로 돌을 쌓아 계단을 만들어는 방식으로 축조했다. 바닥에는 얇은 판석형 깬돌을 깔았다. 내부에서는 연화문 와당을 비롯한 기와 다수가 나왔는가 하면 고배(高杯. 굽다리접시), 사발 등의 6세기 후반 무렵 신라 토기가 집중 출토돼 축조와 사용 시기를 추정케 한다고 조사단은 말했다.

이와 같은 모양의 집수시설은 거제 폐왕성에서 가장 비슷한 모습으로 확인된 적이 있으며, 광양 마로산성에서도 아주 흡사한 집수정(井)이 드러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서문은 4차례 정도 고쳐 쌓기를 반복했음이 드러났다. 1·2차 성벽 축조 때는 성문 옆벽을 본체 성벽과 직각으로 쌓아 올렸으나, 3차 개축 때는 곡면으로 처리한 점이 주목된다고 조사단은 말했다.

직각 축조 방식은 신라 계통이지만 곡면형은 백제 양상임을 고려할 때 부모산성은 신라가 축조했다가 백제가 고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제1보루에서는 목책열이 성벽 안쪽을 따라 일렬을 이룬 모습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목책을 세워 방벽을 축조했다가 이후 흙으로 쌓았으며, 이후 다시 석축 성벽으로 변화한 양상이 확인됐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이 주변으로는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백제식 플라스크(Flask)형 저장구덩이가 성 안팎에서 모두 확인됐으며, 그 안에서는 신라·백제 토기가 뒤섞여 출토됐다.

인근 학천산성에 대한 조사 결과 이곳은 크기가 보루 규모에 해당하며 내·외 석축벽 사이에는 흙을 채운 반면 성벽 상부는 깬돌을 지붕같이 덮어 씌어 마감한 독특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이런 구조가 백제 사비도성의 나성(羅城) 축조양상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조사단은 “신라·백제의 축성방식과 유물이 모두 확인된 부모산성은 양국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 중요 거점 성임을 증명한다”면서 “이에 대한 조사는 청주지역 고대사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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