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잇단 표절 논란에 몸살… “결론없이 의혹만”

가요계, 잇단 표절 논란에 몸살… “결론없이 의혹만”

입력 2013-11-06 00:00
업데이트 2013-11-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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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음원차트를 휩쓴 ‘무한도전’의 ‘자유로가요제’ 음원 중 1위에 오른 ‘아이 갓 씨(I Got C)’.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와 방송인 박명수가 팀을 이뤄 선보인 곡으로 네덜란드 출신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Liquid Lunch)’와 유사한 느낌이란 시비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곡을 만든 프라이머리 측은 “’아이 갓 씨’와 ‘리퀴드 런치’는 제작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곡”이라며 “스윙 장르로 복고 느낌과 힙합이 가미돼 장르적 유사성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여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민 여동생’ 아이유도 표절 논란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3집 타이틀곡 ‘분홍신’이 해외 뮤지션 넥타(Nekta)의 ‘히어스 어스(Here’s Us)’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소속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분홍신’과 ‘히어스 어스’의 B파트는 멜로디가 유사하게 들릴 수 있으나 코드 진행이 전혀 다르다”며 “악기 편곡과 멜로디 구성 등이 완전히 다른 노래”라고 해명했다.

지난 7월 후폭풍이 컸던 로이킴의 ‘봄봄봄’도 표절이 아니라고 반박한 사례 중 하나. ‘봄봄봄’은 인디 뮤지션 ‘어쿠스틱 레인’의 데뷔 싱글 ‘러브 이즈 캐논(Love is Canon)’과 도입부 코드와 멜로디가 유사하다는 시비가 일었다.

반면 최근 공개된 고(故) 김현식의 미발표곡 ‘나루터에 비내리면’은 미국 록밴드 브레드가 1972년 발표한 ‘오브리(Aubrey)’와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리듬 전개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자 제작사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인정했다.

앨범 제작사 동아기획은 “상식적으로 김현식이 표절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이 노래를 할 당시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자연스레 입혀졌을 것”이라며 “앨범 기획 당시 제작자 차원의 표기 오류다. 관계자와 협의해 저작권자 표기를 수정해 번안곡으로 정리하겠다”고 수습했다.

◇무분별한 의혹 제기…”해결책 마련 어려워” = 표절 논란이 잦아진 건 인터넷을 통해 외국곡을 접하기 쉬워졌고 이같은 의혹도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대중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 배경에는 가요계에 대한 불신도 자리 잡고 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1990년대 룰라부터 2000년대에도 이승철, 이효리, 지드래곤 등 많은 인기 가수들이 곡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며 “그로인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두 마디만 비슷해도 문제 제기를 하는 흐름이 만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논란이 실제 표절로 판명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1월 박진영이 작곡한 ‘섬데이(Someday)’가 김신일이 작곡한 ‘내 남자에게’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항소심에서 5천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대부분 논란에 그칠 뿐 시비가 가려지는 경우는 극히 적다.

그로인해 가요계는 무분별한 논란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작곡가 돈스파이크는 “표절이란 말을 쉽게 꺼내 아쉽다”며 “대중은 멜로디와 곡 분위기가 비슷하면 표절로 몰아가는데 전문가들이 아는 음악 제작 과정을 고려할 때 표절이 아닌 곡도 구설에 오른다. 작곡가는 이 자체가 불명예이기 때문에 되레 비슷하지 않은 쪽으로 가려고 좋은 멜로디가 나와도 의도적으로 다르게 비트는 경우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논란을 없앨 관련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것. 1990년대까지 공연윤리위원회가 사전 음반 심의 내 ‘표절 심의제도’를 통해 ‘두 소절(8마디) 이상의 음악적 패턴이 비슷할 경우’ 제도적인 철퇴를 내렸지만 1999년 공연법 개정으로 사전 음반 심의 기구가 없어지며 관련 규정도 소멸됐다.

그 대신 원저작권자가 법원에 고소할 경우에만 실질적 유사성과 접근성 등에 근거해 표절 여부를 가리는 상황이다. 특히 표절은 피해자(원저작권자)가 고소해야 죄가 성립되는 친고죄여서 논란이 거세도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의 단체가 개입하기 어렵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인 작곡가 황세준은 “개인 간 지적재산권 문제여서 시비를 가르려면 소송 외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며 “그러나 문제는 표절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나도 결과에 관계없이 표절 작곡가로 낙인찍히는 억울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싱어송라이터도 “의도적으로 특정 레퍼런스 곡을 분석해 베낀 게 분명한데도 대중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과거처럼 표절 분쟁, 논쟁을 없앨 전문 기관을 만든다고 해도 이 또한 창작의 자유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 진부한 얘기지만 창작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K팝 무단 도용 사례도 늘어 = 반대로 K팝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 노래를 무단으로 베끼는 사례도 늘어났다. 노래뿐만 아니라 안무, 의상 콘셉트, 뮤직비디오까지 그대로 도용된다.

대만 걸그룹 ‘슈퍼 7’과 중국 걸그룹 ‘아이돌 걸스’가 소녀시대, 캄보디아 그룹 ‘링딩동’이 샤이니, 캄보디아 걸그룹 ‘RHM’이 원더걸스, 태국의 ‘캔디 마피아’가 투애니원과 흡사해 ‘짝퉁 그룹’으로 불렸다.

도용을 당한 국내 기획사들 역시 법적인 조처를 하기 어려운 상황.

투애니원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면서 일부 가수들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지만 특정 국가에서는 저작권 개념이 희미하고 해당 아티스트 측에 접촉조차 어려워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돈스파이크도 “거꾸로 K팝을 통으로 베끼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작곡가 개인이 이 곡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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