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가장 깊이 관여한 성직자는 요한 바오로 2세”

“정치에 가장 깊이 관여한 성직자는 요한 바오로 2세”

입력 2013-11-28 00:00
업데이트 201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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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공간 달구는 대전가톨릭대 김유정 교수 수업내용

“세계에서 정치에 가장 깊이 관여한 성직자가 누군지 아세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입니다.”

가톨릭대학의 한 수업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와 박창신 신부 문제를 놓고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 27일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낳고 있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인 김유정 신부는 “최근 교리신학원 수업을 하는데 엄청난 질문이 쏟아져 아예 수업을 관련 내용으로 했다”며 학생들과 주고받은 문답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 신부는 어렵고 복잡한 가톨릭의 방대한 교리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한 학생이 물었다. “교회가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김 신부가 답했다. “복음적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식별하고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에 관한 교황청 문헌을 모은 ‘간추린 사회교리’란 책이 있습니다. 간추렸는데도 612쪽이에요. 어떤 의미에서는 책 전체가 교회는 사회와 정치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문답이 이어진다.

”그래도 성직자가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항목이 교리서에 있다는데요?”

”가톨릭교회 교리서 2442항에 ‘정치 구조나 사회생활의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 말은 가령 국회의원에 출마하거나 장관을 맡는 등 공직이나 정당,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사회적이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번엔 교수가 물었다.

”혹시 정치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성직자가 누군지 아세요?”

여기저기서 김수환 추기경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우리나라에선 김수환 추기경을 꼽을 수 있지요. 하지만 세계에서 정치에 가장 깊이 관여한 분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입니다. 동유럽 공산주의가 해체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셨죠. 이를 위해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핫라인을 개설하는 등 긴밀히 협력했습니다. 그런데 왜 요한 바오로 2세가 정치에 관여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아무 대답도 안 나오자 김 신부가 설명했다.

”교황님의 행보가 자신들의 가치관과 맞았기 때문입니다. 박 신부님 강론은 왜 ‘정치에 관여했다’고 하는 걸까요? 자신들의 가치관에 도전하고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하면 좋겠습니다. 박 신부님의 강론이 지나친 정치 개입이라고 생각한다면 요한 바오로 2세와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한 성모님에게도 뭐라고 해야 합니다.”

김 신부는 신학자 리차드 니버를 인용해 그리스도교의 2천 년 역사는 △문화에 대항하는 그리스도 △문화 속의 그리스도 △문화 위의 그리스도 △역설 속의 그리스도와 문화 △문화의 변혁자인 그리스도로 나뉜다고 말했다.

그는 “다섯 가지 중에서 ‘교회가 정치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것은 두 번째 모델밖에 없다. 이 모델은 세속 질서가 선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인데 이 모델을 따를 때 교회가 가장 타락했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또 “’정치’를 나쁜 단어로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교황 프란치스코의 발언을 전했다.

”정치는 더럽습니다. 왜 더러울까요? 그리스도 교인들이 복음적인 정신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해 그리스도 교인들이 복음정신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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