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다스리지 않는 자기 수양의 도구일 뿐”

“자연을 다스리지 않는 자기 수양의 도구일 뿐”

입력 2015-01-12 23:50
업데이트 2015-01-1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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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1.5세대 김택상 작가가 말하는 ‘한국 단색화’

“단색화의 바탕은 자연을 다스리려 하지 않고 자연과 합일되는 동양적 자연관이 바탕이 됩니다. 그림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기 수양의 한 도구로서 끝없이 반복 수행하며 붓글씨를 쓴다든지 그림을 그리는 조선 성리학에 바탕을 둔 선비정신과 같은 맥락의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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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상 작가
김택상 작가
단색화 1.5세대에 속하는 작가로 이번 ‘텅빈 충만’전에 물과 빛, 색의 침전을 이용한 작품 ‘숨 빛’ 연작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 김택상(56·청주대 교수)은 “단색화란 색의 문제가 아니라 작업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양의 모노크롬 회화와 단색화의 차이에 대해 그는 “사람이 세상을 사는 것은 내가 바깥세상과 만나는 것인데 서양의 입장은 자연을 착취해서 내 욕심을 채우는 것이고 동북아시아의 태도는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 내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태도가 그대로 단색화 회화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의 모노크롬 페인팅은 색을 이용하는 색면추상이지만 단색화라는 감수성을 갖고 작업하는 화가들은 재료의 물성을 존중하면서 어떻게 관계를 지속가능하게 이끌 것인가를 고민한다”면서 “재료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재료의 물성을 존중하면서 그 재료의 속성을 끄집어내서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게 서양의 미니멀리즘이나 모노크롬과 근본적인 차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된 그의 작품도 많은 양의 물에 엷게 물감을 타서 물을 흡수하는 캔버스에 침전시키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광 아래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작품을 완성하는 데 평균 4~7개월, 길게는 2년까지도 걸린다.

박서보, 윤형근, 최영명 등 단색화 1세대의 제자인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경향인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최근 국내외에서 급부상하고 있지만 좀 더 국제무대에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단색화에 대한 체계적인 담론화 작업과 역사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술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한국의 전통에 대해 공부하고 그 결과를 작업에 반영한 사람들이 단색화 1세대 작가들”이라며 “한국 모더니즘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단색화 1세대 작가들에 대한 평가 작업이 제대로 돼야 후학들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고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국제 미술계에서도 단색화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1-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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