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진, 참돔은 알고있었다? 전날 2만6000여마리 잡혔다[이슈픽]

제주 지진, 참돔은 알고있었다? 전날 2만6000여마리 잡혔다[이슈픽]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12-15 17:47
업데이트 2021-12-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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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서 참돔 2만5000마리 경매. 연합뉴스
부산공동어시장서 참돔 2만5000마리 경매. 연합뉴스
전날 참돔 2만여마리 포획 ‘이례적’
전문가 “특이하지만 근거없어”


제주에서 발생한 규모 4.9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참돔 떼 이동, 하늘의 양떼구름과 연관 짓는 목소리에 대해 전문가들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15일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제주 해역에서 참돔 2만5000여 마리가 포획됐다. 포획된 참돔은 부산에서 위판돼 1억5000만원에 팔렸다.

실제 부산공동어시장의 하루 참돔 위판량은 평균 1000마리 안팎으로 월평균 3만 마리의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올해 누적 판매량도 27만6000여 마리다.

부산공동어시장 한 관계자는 “고등어 성어기 때는 위판수산물 80∼90%가 고등어이고, 방어와 삼치가 간간이 섞여서 올라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참돔이 한꺼번에 부산공동어시장에 대규모 위판되는 것은 십수 년 근무하는 동안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5시 19분쯤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기상청이 전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11번째의 강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지진 전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이를 감지하고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설을 근거로 “참돔 떼가 미리 지진을 느끼고 대피하다 잡힌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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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에 놀란 시민
지진 발생에 놀란 시민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km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14일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의 한 식당에서 주방에 있던 주민이 흔들림이 감지되자 황급히 뛰어나오고 있다. CCTV 화면 아래에는 오후 5시 19분 23초라고 적혀 있다. 가파도는 이번 지진의 발생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다. 2021.12.14 연합뉴스
‘벌레들이 집 밖에 모여 있다’…지진 전조현상일까?
최근 한국에서도 계속되는 지진으로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부 사람들은 지진 전조현상으로 ‘벌레들이 집 밖에 모여 있다’거나 ‘구름 모양이 지진운과 비슷하다’는 등 주변의 작은 현상들에 주목하고 있다.

지진 관련 얘기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동물의 행동으로 지진 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원전 373년 그리스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 쥐, 뱀, 족제비, 지네가 먼저 도시를 탈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규모 7.6의 강진으로 7만5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파키스탄에서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 새들이 이상행동을 보였고,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발생 나흘 전 두꺼비 10만마리의 ‘대규모 이동’이 있었다.

자연 재해에 대한 동물의 예지능력은 일반적으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이 난 것이 많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적중하는 사례들도 꽤 있다.
14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난밤 제주 해역에서 조업 된 참돔 2만5000 마리가 경매에 부쳐져 판매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14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난밤 제주 해역에서 조업 된 참돔 2만5000 마리가 경매에 부쳐져 판매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동물들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P파를 감지한다?
지진이 발생할 때 생기는 지진파 중에는 P파와 S파가 있다. P파는 1초에 7~8Km를, S파는 3~4Km로 퍼져나가 P파가 S파보다 빠르다.

관측소의 지진 기록계에는 지진파 중 가장 빠른 P파가 먼저 기록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P파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과학자들은 비둘기의 발에 있는 예민한 진동감지기관이 이 P파를 미리 감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SGS은 “사람보다 예민한 동물이 지진이 발생할 때 가장 빨리 감지되는 P파를 느끼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을 우리가 ‘지진을 예측했다’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은 일부 곤충과 포유류가 갖고 있는 만큼 지진으로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를 파악하고 미리 움직였을 수 있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14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난밤 제주 해역에서 조업 된 참돔 2만5000 마리가 경매에 부쳐져 판매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14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난밤 제주 해역에서 조업 된 참돔 2만5000 마리가 경매에 부쳐져 판매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지진 전 동물들의 이상행동 ‘세로토닌 증후군’
또 다른 가설로 ‘세로토닌 증후군’이 있다. 지진이 일어나기 6시간 전쯤 지표면에 강한 중력이 작용하면 암석에 전기가 일어난다.

전기는 갈라진 바위 틈새로 흘러 들어가 지하수를 분해하면서 ‘에어로졸’이라는 전기를 띤 수증기를 만들어낸다.

이 에어로졸이 지표면으로 올라와 사람보다 민감한 신경을 가진 동물들을 자극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한다.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극도로 흥분하고 헛것을 보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세로토닌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에 지진이 일어나기 전 생성된 에어로졸이 동물들에게 세로토닌 증후군을 일으켜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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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도는 해수부 상황실
긴장감 도는 해수부 상황실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km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상황 파악에 분주하다. 2021.12.14 연합뉴스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 크다”…지진 예보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
동물이 인간보다 민감하고 빠르게 지진을 알아채는 것은 몇 개의 사례와 실험들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지진 예보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앞서 밝힌 동물이 미리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원인은 어디까지나 학설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속설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부산 참돔 포획에 대해 고준철 제주수산연구소 연구원은 “참돔은 사계절 내내 제주 전 해역에 서식한다”며 “한날한시에 2만마리 넘게 잡힌 것이 특이하긴 하지만 월별 전체 참돔 어획량으로 보면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돔이 떼 지어 이동하는 것이 지진 전조 증상이라고 규명된 것은 없다”며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지진 발생 30분 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에서 지진의 전조라고 여겨지는 지진운이 발생했다는 목격담과 관련해서도 기상청은 “흔한 권적운일 뿐, 지진 활동과 이 구름의 연관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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