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극하지 말라” 고성…열차 지연 시 ‘무정차’ 조치

“우리 자극하지 말라” 고성…열차 지연 시 ‘무정차’ 조치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2-12-12 19:44
업데이트 2022-12-1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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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지연 시 무정차”…내일부터 ‘전장연 시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2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장연 시위에 시민들 불편이 이어지자 대책으로 시위가 진행되는 역에서 지하철을 멈추지 않고 통과시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무정차 기준과 공지 방법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2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장연 시위에 시민들 불편이 이어지자 대책으로 시위가 진행되는 역에서 지하철을 멈추지 않고 통과시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무정차 기준과 공지 방법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무정차 규정상 ‘소요사태·이례 상황’
“시민 불편없게 사전 안내”


13일 출근길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가 열리는 지하철역에서 심각하게 열차가 지연되면 ‘무정차 통과’ 조치가 내려진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서울교통공사, 경찰 등과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전장연은 오는 15일까지 4·6호선 삼각지역에서 오전 8시와 오후 2시 하루 두차례 선전전을 예고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13일 오전 삼각지역 시위부터 무정차 통과 방침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무조건 정차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심각한 열차 지연이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역장이 관제와 상의해 무정차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연 기준은 현장 판단에 맡기기 위해 특정하지 않았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번에 결정된 무정차 통과 방침이 관련 규정상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통공사 관제업무내규 제62조와 영업사업소 및 역업무 운영예규 제37조엔 ‘운전관제·역장은 승객폭주, 소요사태, 이례 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과 협의하거나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계속되는 전장연 탑승 시위를 ‘이례 상황’에 해당한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국제 장애인의 날 앞두고 지하철 탑승 시위 벌이는 전장연
국제 장애인의 날 앞두고 지하철 탑승 시위 벌이는 전장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국제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12.2 연합뉴스
전장연 지하철 타기 재개, 열차 운행 지연시키는 방식
이날 전장연은 서울시의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결정을 규탄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오전 8시 25분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서울역과 사당역을 거쳐 다시 삼각지역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전동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을 포함해 관계자 20여 명은 지하철을 환승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휠체어를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멈춰두는 등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안내 방송을 통해 “고의적인 철도운행 방해 행위는 철도안전법 위반이다. 전장연은 시민의 지하철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정시 운영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고지했다.

다만 각 환승역에서 열차가 지연된 시간은 5분 내외로 열차 운행에 큰 차질은 없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4호선 삼각지역 플랫폼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 중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 등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4호선 삼각지역 플랫폼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 중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 등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정차 예고 서울시, 12·12 사태 일으킨 신군부와 다를 바 없어”
전장연 관계자는 이날 시위에서 “12월 12일인 오늘은 1979년 신군부에 의한 12·12 사태가 발생한 지 만 43년 되는 날”이라며 “서울시의 무정차 지침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신군부와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과정에서 전장연 측과 서울교통공사 직원 간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오전 8시 40분쯤 서울역 승강장에서 한 직원이 “시민들 길을 막고 있으니 빨리 이동하라”고 재촉하자 전장연 관계자는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어 “평소처럼 선전전을 하고 있는데 시장이 무정차하라고 했다고 해서 왜 갑자기 돌변하느냐”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금까지 지하철을 타며 시민 안전을 고려해 5분 안에 지하철을 타고 내리고 있다”며 “5분 안에 탑승하면 (열차 지연에 대해) 문제 삼지 않기로 서울교통공사와 합의했는데 왜 말을 바꾸느냐”고 항의했다.

한편 임의로 이뤄질 수 있는 무정차 통과로 인해서도 전장연 시위 못지 않은 출근길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과 우려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시위에 따른 열차 지연과 혼란에 따른 피해가 더 크다고 보고 무정차를 검토하게 된 것”이라며 “시민 불편을 줄이는 조처를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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