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거북 지키겠다” 약속에…‘6716억’ 나랏빚 탕감

“장수거북 지키겠다” 약속에…‘6716억’ 나랏빚 탕감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3-08-21 16:12
업데이트 2023-08-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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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초 ‘환경스와프’ 체결
가봉, 5억 달러 ‘녹색 채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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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변에서 열린 바다거북 방류행사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았던 푸른바다거북이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 눈을 깜박이고 있다. 2022.8.25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변에서 열린 바다거북 방류행사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았던 푸른바다거북이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 눈을 깜박이고 있다. 2022.8.2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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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 퐁가라 국립공원의 한 해변. 국제자연보호협회·AP 연합뉴스
가봉 퐁가라 국립공원의 한 해변. 국제자연보호협회·AP 연합뉴스
아프리카 가봉이 최근 멸종위기종 장수거북 등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조건으로 나라 빚 5억 달러를 탕감했다.

가봉 연안 해역과 해변은 해양생물 20종의 주요 서식지로 멸종위기 동물인 장수거북 전체 개체 중 약 3분의 1이 살고 있다. 혹등고래, 아프리카매너티를 포함해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생물 120종 이상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가봉은 아프리카 최초로 지난 15일(현지시간) 국가 부채를 환경 기금으로 바꾸는 ‘환경스와프’를 체결했다. 글로벌 은행 등이 개발도상국 부채를 일부 갚아주면 해당 개도국은 변제된 채무를 환경에 투자하는 식이다.

가봉이 발행한 5억 달러(약 6716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사들였고, 가봉은 5억 달러에 달하는 빚을 변제했다. 탕감 예정 부채 규모가 가봉 전체 부채의 약 4%에 불과하다는 점은 한계다.

대신 채권 만기인 2038년까지 앞으로 15년간 해양 생태계 보호에 1억6300만 달러(약 2186억원)를 사용하고 해양보호구역을 26%에서 3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가봉 대통령 알리 봉고 온딤바는 “청색채권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보호하는 가봉과 같은 국가들을 위한 희망”이라며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를 해결하는 이 금융상품에 선진국과 은행들이 많이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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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혹등고래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7년 시작된 ‘환경스와프’
환경스와프는 1987년 미국 환경 NGO 단체 CI가 볼리비아 정부와 처음으로 채권을 교환하며 시작됐다. 1991년 6월엔 멕시코에서도 실시됐고, 브라질은 현재 1년에 1억 달러 한도에서 환경-채무 교환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에콰도르 정부 역시 글로벌 금융사 크레디스위스와 갈라파고스 제도 보호를 위해 16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해 역대 최대 규모 환경스와프를 체결했다.

돈을 갚을 보장이 없는 국가가 빚 부담도 덜고 생태계 보호에도 나설 수 있는 녹색채권은 녹색채권에 이어 친환경 금융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AP통신은 “나라 재정·환경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외국 기관에 쥐여준다는 주권 침해 논란도 있다”며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도 많다”라며 한계점을 지적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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