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환 “일본이 원하는 위안부 이미지 그려 호평”박유하 “전부 우파로 몰면 누구와 연대할 수 있나”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공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학문·표현의 자유라는 비교적 단순한 쟁점에서 ‘동지적 관계’ 등 저서의 표현과 맥락에 대한 독해 문제로 구체화했다. 이제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와 지식인들의 ‘지적 퇴락(頹落)’으로까지 확대됐다.
최근 번역·출간된 정영환 일본 메이지가쿠인대 교수의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가 세 번째 쟁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영환 일본 메이지가쿠인대 교수
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한국어판과 일본어판, 각종 사료를 분석해 박 교수의 오독과 자의적 해석을 비판한다.
나아가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 ‘제국의 위안부’가 환영받는 이유는 전쟁과 식민지배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일본 내 역사수정주의 흐름에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방점은 후자에 찍혀있다.
‘제국의 위안부’가 강제연행을 부정하고 위안부 모집업자의 역할을 강조해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책임을 희석시켰다는 지적이다.
역사수정주의에 우익뿐 아니라 리버럴(진보 세력)까지 점차 동조하는 가운데 이들의 욕망에 부합하는 책이 ‘제국의 위안부’라는 것이다.
과거 체제 비판적이었던 리버럴이 보수파에 합류하는 경향을 일본 사회의 ‘지적 퇴락’이라고 말한다.
‘제국의 위안부’는 발간 초기부터 일본 극우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지식인 사회가 광범위하게 ‘제국의 위안부’를 끌어들이는 분위기는 지난해 11월 박 교수 기소 이후 일본 학계·정계·언론계 등 인사 54명이 낸 성명에서부터 감지됐다.
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책에 서술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기소에 대한 한국 내 비판은 책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 학문의 영역에 공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성명에는 여성학자로서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해온 우에노 치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의 전쟁 과오를 인정한 두 차례 ‘담화’의 주인공인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 등이 참여했다.
‘제국의 위안부’와 ‘화해를 위해서’ 등 박 교수의 저서들은 한국에서 격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일본에선 중도진보로 분류되는 아사히 신문에서도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을 받는 등 환대를 받았다.
정 교수는 박 교수가 그린 위안부 이미지가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에서 부상한 ‘화해론’과 합치한다고 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