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약용의 자녀·가족 사랑을 마주하다

아버지 정약용의 자녀·가족 사랑을 마주하다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5-08 22:58
업데이트 2016-05-09 00:0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국립민속박물관 ‘하피첩’ 전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이미지 확대


이미지 확대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 4일부터 선보인 특별전 ‘하피첩(霞?帖),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이다. ‘정약용 필적 하피첩’(보물 1683-2호·이하 하피첩)은 민속박물관이 지난해 9월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당초 정약용의 후손들이 갖고 있었는데 한국전쟁 때 분실된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2004년 경기도 수원의 폐지 줍는 할머니 손수레에서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피첩’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모가 돼 함께 자녀를 키우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원래 네 첩이었는데 지금은 세 첩만 전해지고 있다. 박물관은 보존처리를 위해 하피첩 두 첩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을’(乙)과 ‘정’(丁), 두 글자를 발견해 하피첩이 갑을병정(甲乙丙丁) 순서로 제작됐음을 확인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나머지 한 첩은 보존 상태가 양호해 해체 작업을 하지 않았지만 세 첩 중 저술 시기가 가장 빠르고 본문 전체가 비단으로 제작돼 있는 점으로 미뤄 순서상 ‘갑’(甲)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부부,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선 정약용과 홍혜완 부부의 결혼과 사랑을, ‘자녀에게 남기는 부모의 마음’에선 가족 곁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저술된 ‘하피첩’의 숨은 이야기를, ‘자손에게 전해진 하피의 먹 향기’에선 서첩에 담긴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했던 자손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엔 딸에게 화목을 기원하며 선물한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 다산초당 풍경을 묘사한 ‘다산사경첩’(茶山四景帖·보물 1683-1호) 등 정약용 관련 유물 30여점도 감상할 수 있다. 천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하피첩에 담긴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자리”라며 “다산은 자녀들이 효제(孝悌)를 바로 세우고, 자아를 확립한 후 학문을 익히기를 바랐다. ‘하피첩’에 담긴 정신적 유산은 물질적 가르침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 더욱 소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13일까지 이어진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5-09 21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