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유랑하는 코리안 집시 “국내서 더 사랑받고 싶어요”

전통 유랑하는 코리안 집시 “국내서 더 사랑받고 싶어요”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0-12 20:36
업데이트 2020-10-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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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흥’ 일으키는 국악밴드 상자루

국악기·풍물·작곡 전공 세 친구 모여
고정된 상자·변하는 자루 ‘상자루’ 팀
무을농악에 기타·아쟁 ‘경북스윙’ 등
전통음악에 창작요소 적절히 가미
작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초청 무대
3월 정규앨범 발매… 29일 단독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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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창작 요소를 골고루 섞어 새로운 음악을 선사하는 국악 밴드 ‘상자루’ 멤버들은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제각각 악기를 든 모습부터 유쾌한 매력을 뽐낸다. 위 사진 왼쪽부터 남성훈·조성윤·권효창.  상자루 제공
전통과 창작 요소를 골고루 섞어 새로운 음악을 선사하는 국악 밴드 ‘상자루’ 멤버들은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제각각 악기를 든 모습부터 유쾌한 매력을 뽐낸다. 위 사진 왼쪽부터 남성훈·조성윤·권효창.
상자루 제공
“우리 같이 음악공부 해볼래?”

국악밴드 상자루의 시작은 이랬다. 국악고등학교 동창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에도 함께 입학해 서로 얼굴 정도나 좀 아는 사이였던 친구들이 대학 1학년이던 2014년 스터디 그룹으로 모였다. “누가 연주 잘한다더라”며 공연용으로 팀을 꾸렸다가 금방 해체되는 팀들을 학교에서 수도 없이 봐온 터라 연주가 아닌 공부를 하며 음악에 대한 생각을 맞춰 가기로 한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4년간 해체는 없다는 게 조건이었는데 벌써 6년째다.

작곡을 공부한 조성윤, 아쟁·태평소·양금을 연주하는 남성훈, 풍물 전공으로 타악기를 주로 맡는 권효창. 요즘 국악계는 이 세 친구들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무엇을 담든 모양이 변하지 않는 상자와 뭘 넣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자루를 합친 ‘상자루’라는 팀 이름처럼 전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도가 이들 음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갓이나 고깔을 쓰고 신나게 연주하는 상자루 음악엔 학교에서 익힌 것들과 새로운 경험들이 적절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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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악에 쓰이는 고깔을 상자루가 더욱 크게 만들어 쓰고 공연하는 모습. 상자루 제공
농악에 쓰이는 고깔을 상자루가 더욱 크게 만들어 쓰고 공연하는 모습.
상자루 제공
경북 구미 무을농악 꽹과리 장단에 아쟁과 기타로 스윙 박자를 넣은 ‘경북 스윙’, 동해안별신굿 특유 장단인 푸너리에 양금과 거문고로 음을 입힌 ‘푸너리’, 경기 지역 타령 장단에 탈춤 반주를 더한 ‘상자루 타령’ 등 전통 음악을 중심에 두고 창작 요소를 자유롭게 녹였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꾸준히 논의한 결과다.

“뉴욕 레스토랑에서 김치전을 판다면서 배추에 토마토를 넣으면 결코 김치전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전통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매력을 새롭게 알리는 게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이에요.”(권효창) 그래서 차라리 짜장면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중국 춘장으로 한국식 짜장면을 만들듯 해외 음악의 창작 요소를 전통 음악에 입혀 ‘우리만의 매력’을 선보이고 싶다는 얘기다.

‘코리안 집시’라는 별칭답게 음악 들고 떠나는 자유로운 유랑도 꿈꾼다. 국악기를 들고 2015년엔 인도로, 2018년엔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 상자루의 음악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졌다. 지난해 8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됐고 세계국제뮤직페어(뮤콘)에서 15분간 상자루 음악을 소개한 결과 올해 중국과 대만, 영국, 두바이, 함부르크 등에서도 초청받았는데 코로나19로 공연이 아쉽게 취소됐다.

다만 상자루는 “해외 공연은 포장지가 예쁜 선물일 뿐”이라며 “진짜 갖고 싶은 미지의 영역이자 사랑받고 싶은 곳은 국내”(조성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음악을 우리나라에 알리고 소통하는 게 더 소중하다”(남성훈)는 것이다. 지난 3월 정규 앨범 발매 이후 온·오프라인으로 더욱 활발하게 자신들만의 여정을 이어 가는 상자루는 이달 대구 수성월드뮤직페티벌(17일), 고궁음악회(18일) 등의 무대에 선 뒤 오는 29일 서울 홍익대 롤링홀에서 단독 공연을 갖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0-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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