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별거 아니야 각자 잘 사는거지

인생 별거 아니야 각자 잘 사는거지

입력 2010-02-13 00:00
업데이트 2010-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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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미스트】로렌스 쇼터 지음·정숙영 옮김/부키 펴냄

이 세상은 개판이며 앞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역사는 재난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인간은 믿을 게 못 되며 모든 걸 망쳐 놓는 존재다. 어둠 없이는 빛이 없고 고통 없는 행복도 없다. 전쟁과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정부패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평소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당신은 분명 비관주의자다. 신문을 펼쳐도 TV를 틀어도 미소짓게 하는 소식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가 많은 요즘, 누구라도 한두 번 정도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 것이다.

●저명인사들의 생생한 낙관론

낙관주의자를 자처하는 한 남자가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은 뒤 컨설팅 분야 등에서 일하다가 2001년부터 글쓰기와 코미디에 뛰어든 사람이다. 바꿔 말하면 변변한 직장이 없는 백수라는 이야기. 서른이 넘어서도 절대 비관주의자인 아버지에게 얹혀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 남자, 로렌스 쇼터(39)는 2006년 여름 어느 날 침대에서 분연히 뛰쳐나온다. 세상의 모든 우울한 뉴스와 비관주의자들 때문에 낙관주의가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이 세상에 숨어있는 멋진 낙관주의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비밀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름하여 ‘낙관주의 프로젝트’.

스스로 낙관주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본 것도 아니다. 그저 ‘낙관적으로 살아갈수록 당신의 삶이 나아진다.’는 낙관주의 제1법칙을 품고 무조건 들이댄다.

첫 인터뷰 시도는 덴마크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롬보르는 그러나, 이메일로 일언지하에 인터뷰를 거절한다. 이어 생태환경산업 에덴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 팀 스미트를 만났지만 “쓸데없는 짓”이라고 무시당한다.

200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해럴드 핀터는 알고 보니 와인을 빼놓고는 모든 면에서 비관주의자였고, 두뇌집단 ‘서스테인어빌러티’의 공동창립자인 존 엘킹턴은 비관주의의 최고봉이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 유엔 미국 대사 존 볼턴, 할리우드 여배우 애슐리 주드, 매킨지 CEO 이언 데이비스, ‘대륙의 딸들’을 지은 작가 장융, 노벨평화상을 받은 남아공 성공회 신부 데즈먼드 투투,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 ,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등 숱한 저명인사들에게 낙관주의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듣게 된다.

“사람들은 사실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다. 대부분 지구 온난화에 대해 쥐뿔도 관심이 없지 않으냐.”(팀 스미트) “11시간 얼어붙을 듯한 바닷물 위에서 표류했는데, 낙관적이지 않았더라면 죽고 말았을 것이다.”(탐험가 스티브 브룩스), “믿음이 있으면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르완다 학살 생존자 임마꿀레), “낙관주의보다 희망을 찾아라.”(데즈먼드 투투)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옵티미스트’(정숙영 옮김, 부키 펴냄)다. 주류 언론인도 아니고, 이름난 작가도 아닌 저자의 인터뷰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자잘한 인맥을 동원하고 적당히 둘러대고 허풍도 섞어가며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을 성사해 내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이 인다. 책 속에 재치와 익살이 가득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백수의 좌충우돌 인터뷰기

우여곡절 끝에 처음부터 목표로 삼았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겨우 한마디를 나누고 “우리는 결국 이겨내 왔다.”는 강연을 듣는 것으로 프로젝트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년 동안 세상을 돌며 얻은 깨달음은 거창하지 않고 오히려 평범하다. 어찌 보면 저자에게 낙관주의 프로젝트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세상에는 언제나 어둠과 빛이 존재한다. 인간들은 언제나 실수를 저지른다. 나쁜 소식은 언제나 들려오기 마련이다. 좋아지는 것도 있고, 나빠지는 것도 있다. 이제 그런 거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잘살면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가꾸면 된다.”는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의 마지막 문장처럼 사람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이다. 1만 35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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