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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차 한잔] 첫 에세이집 ‘오픈 샌드위치’ 펴낸 데비 리

[저자와의 차 한잔] 첫 에세이집 ‘오픈 샌드위치’ 펴낸 데비 리

입력 2013-01-26 00:00
업데이트 2013-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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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인연과 삶에서 배운 ‘북유럽식 행복 레시피’

쫓기듯 살아내는 반복의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는 신선한 자극은 큰 위안이자 전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그 자극이 사람 때문이건 한 줄의 짧은 글 때문이건 적지않은 활력의 청량제로 작용하곤 한다. ‘오픈 샌드위치’(데비 리 지음, amStory펴냄)는 짧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신선한 자극이다. 일상에서 마주친 소소한 인연과 삶의 편린들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랄까. 저자 데비 리(본명 이정민·38)는 이 책이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이란다. 하지만 ‘포근한 감성 에세이’라는 출판사 측의 평대로 짧은 글들이 우려내는 맛과 깊이가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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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오픈 샌드위치’를 세상에 낸 데비 리. 그리 길지 않은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면 스스로 인생의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에세이집 ‘오픈 샌드위치’를 세상에 낸 데비 리. 그리 길지 않은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면 스스로 인생의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자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데 의외로 저의 글들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냥 솔직하게 쓴 것뿐인데….”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국계 금융회사를 시작으로 주한덴마크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에 근무하면서 20∼30대를 보낸 두 남매의 엄마. 덴마크를 비롯해 북유럽 나라들을 오가며 그쪽 기업을 한국에 소개하고 유럽 식음료 산업을 한국과 연결하는 일에 종사해 왔다.

“천성이 ‘벼락치기’를 잘 못하는 편인 때문인지 북유럽 사람들 정서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힘들 때 위로와 귀감이 됐던 사람들의 말이며 사는 모습을 기록해 놓은 것들이지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오픈 샌드위치’라면 북유럽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빵 위에 다양한 재료를 얹고 그 위에 빵을 덮지 않은 채 그대로 먹는 샌드위치다. 왜 하필 책 제목이 ‘오픈 샌드위치’일까. “빵 위에 재료를 맘대로 하나씩, 하나씩 올려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듯 인생을 균형 있게 디자인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고 할까요.” 책의 부제가 말하듯 그야말로 ‘북유럽식 행복 레시피’인 셈이다.

“한국에 사는 그쪽 사람들은 한국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해요. 현기증 날 정도의 속도감과 무한경쟁 탓이겠지요. 대기업 회사원인 남편과 두 아이의 엄마로 그 속도전과 무한경쟁의 대열에 편입된 저 자신도 힘들 때가 잦으니 그들이야 말할 나위 없지요.” 다름과 차이는 어느 사회든 있게 마련. 그리고 그 편차는 자주 불협화음과 다툼으로 번지곤 한다. 그래서 소통과 배려는 꼭 필요한 덕목이다. “스승 설리번이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했던 말이 있지요. ‘삶에는 먹거나 싸우거나 무리에서 권력을 얻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다.’ 그 사람들은 생활 속에 그 말을 심고 사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나 명함을 테이블 위로 휙 밀어서 건네는 식의 그쪽 인사법이 지금도 불편하다는 그는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가 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에게 명함을 건넬 때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전하라는 자신의 채근이 정말 옳은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한다.

겉치레와 형식보다는 실속과 자유로움에 더 익숙한 그들이지만 어찌 좋은 구석만 있을까. “다름과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좋은 측면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불혹의 나이도 안 된 연륜이지만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영혼이 되기를 꿈꾼다”는 말이 야무지다. 그래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인들과 함께 오래도록 꿈꿔 왔던 북유럽문화원을 경기 양평 한적한 마을에 세워 3월 말이면 오픈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주로 외국인들을 위해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젠 한국 사람을 위해 살아야겠어요. 변변치 않은 문화원이지만 위안과 희망을 주는 레시피의 공간으로 가꾸고 싶습니다.”

일과 가정의 틈새를 오가는 워킹맘. 모임에 가야 한다며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뜨는 워킹맘이 던진 한마디가 또렷하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 현재의 위치에서 우리는 모두 작은 디자이너들이잖아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0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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