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니츠 따라 한계단씩 올라가볼까

라이프니츠 따라 한계단씩 올라가볼까

입력 2013-03-02 00:00
업데이트 2013-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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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가장 아름다운 세상, 라이프니츠/ 장 폴 몽쟁 지음 함께읽는책 펴냄

책 표지에 누군가 서 있다. 외곽선만 그려진 인물이지만, 열쇠를 들고 배에 열쇠구멍이 뚫려 있는 그 인물이 라이프니츠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책 자체가 라이프니츠에 대한 책이니까. 페이지를 넘겨보면 열쇠 구멍이 나온다. 그 구멍에는 라이프니츠의 깨달음을 드러내는 문구가 있다. 그다음 책장을 넘기면 본문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책 읽는 당신은 라이프니츠의 열쇠를 들고 라이프니츠라는 인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라이프니츠의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의 모나드(단자) 속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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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여신 팔라스의 안내를 받아 섹스투스의 다양한 선택 가능성을 둘러보고 있는 테오도르. 인간은 수없이 많은 가능성 중에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큰 지혜의 눈으로 보자면 그것은 이미 하나의 예정이고 조화였음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께읽는책 제공
지혜의 여신 팔라스의 안내를 받아 섹스투스의 다양한 선택 가능성을 둘러보고 있는 테오도르. 인간은 수없이 많은 가능성 중에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큰 지혜의 눈으로 보자면 그것은 이미 하나의 예정이고 조화였음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께읽는책 제공


‘가능한 가장 아름다운 세상, 라이프니츠’(장 폴 몽쟁 지음, 줄리아 바우터스 그림, 이보경 옮김, 함께읽는책 펴냄)는 모나드(Monad) 개념으로 유명한 라이프니츠를 다루는 책이다. 크고 예쁜 그림을 곁들인 간단한 콩트식 구성이라 본문은 불과 60여쪽. 어린이용 동화책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내공은 깊다. 가령 책 내용은 라이프니츠와 아랫집 아이 테오도르가 로마 왕정의 마지막 왕, 폭군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의 운명을 두고 토론하는 것이다. 신이 있다면 왜 그가 폭군이 되고 인민들을 괴롭히도록 내버려뒀느냐는 테오도르의 질문에 라이프니츠가 자신의 모나드 이론과 예정조화설을 이용해 답변한다.

이 대화가 끝난 뒤 풍경은 이렇다. “투명한 밤하늘이 그를 매혹했다. 이제껏 라이프니츠는 점성술사들이 들려주는 전설들을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씩, 별들로 뒤덮인 밤하늘은 그의 수학 방정식 그래프, 그래프의 좁아지는 부분, 나선, 그리고 초점들이 그려냈던 매우 오묘한 풍경을 상기시켰다.” 그렇다면 테오도르는? “신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능성들을 계산하는 데서 기쁨을 느꼈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운명, 점성술, 신학, 과학이 얽히고 설킨 이 문제는 읽는 사람이 더 생각해볼 문제다. 매력적인 솜씨가 아닐 수 없다.

어릴 적부터 철학을 가르치는 프랑스에서 아이들 교재로 만들어진 책이다. 책 말미엔 한국 전문가가 간단한 해제를 달아뒀다. 1권 ‘죽음,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혼의 여행 - 소크라테스’, 2권 ‘칸트 교수의 정신없는 하루 - 칸트’에 이어 세번째로 번역된 책이다. 데카르트, 노자,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1만 3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3-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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