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어두운 역사가 만들어낸 ‘좀비’

아이티의 어두운 역사가 만들어낸 ‘좀비’

입력 2013-06-20 00:00
업데이트 2013-06-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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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비를 만났다’ 등 ‘지식여행자 시리즈’ 출간

1962년 봄 40세로 보이는 아이티 농부 한 사람이 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고열과 통증을 호소하던 이 남자는 피를 토하기 시작했고 의사들은 몇 시간 뒤 그의 죽음을 확인했다. 농부의 시체는 냉장창고에 20시간 동안 보관되었다가 고향마을 북쪽의 작은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1980년. 죽은 아이티 농부의 여동생은 시장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자신이 죽은 오빠라며 그 증거로 가족들만 아는 어린 시절 별명을 말했다. 남자는 형이 재산 문제 때문에 자신을 좀비로 만들어달라고 사람들에게 청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무덤에서 꺼내져서 아이티 북쪽 어디론가 끌려가 노예처럼 일했다고 말했다.

아이티 농부의 이야기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영됐고 화제가 됐다.

당시 하버드대 대학원생이었던 캐나다 출신 민속식물학자 웨이드 데이비드는 ‘아이티 농부 좀비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라는 교수의 말에 아이티로 간다.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그는 아이티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신간 ‘나는 좀비를 만났다’는 영화, 만화 등의 소재로 등장하는 좀비의 실체를 추적한 책이다.

아이티에서 좀비를 만드는 비밀을 캐기 위해 비밀조직 의식에도 참여한 저자는 독약을 사용해 좀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티 비밀조직에서는 다른 사람의 가족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다른 남자의 여자를 탐하는 행위 등에 한해 ‘좀비 처벌’을 가한다.

좀비 처벌에는 아이티의 어두운 역사도 얽혀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이티 국민 대다수는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당한 흑인의 후손이다. 이들은 비밀조직을 만들어 식민 정부와 백인 지주에 대항했다. 때로는 음식에 독약을 넣어 악행자를 처벌하기도 했다. 그 독약을 정량만큼 쓰면 좀비도 만들 수 있다.

’나는 좀비를 만났다’는 출판사 메디치미디어가 기획한 ‘지식여행자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나왔다.

메디치미디어는 “’지식여행자 시리즈’는 현장에서 지식을 ‘채굴’하는 지적이면서도 상당히 육체적인 모험기”라고 소개했다.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나온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는 미국의 작가 앤 트루벡이 쓴 문학 여행기다. 저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등 미국 대표 작가들의 집을 돌아보며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위선적인 태도에 하이킥을 날린다.

’나는 좀비를 만났다’는 김학영 옮김, 404쪽, 1만6천원.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는 이수영 옮김, 256쪽, 1만3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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