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쉬게하는 독서가 학교폭력 줄이죠”

“마음을 쉬게하는 독서가 학교폭력 줄이죠”

입력 2013-07-10 00:00
업데이트 2013-07-10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솔로몬의 위증’ 완간한 미야베 미유키 이메일 인터뷰

“꽤 오래전부터 학교를 무대로 10대가 주인공인 작품을 쓰고 싶었어요. 소년과 소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작품은 많이 썼지만, 그들의 사생활을 통해 학교 생활을 정면으로 그린 작품은 써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미지 확대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53)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솔로몬의 위증’에 대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소설은 중학교와 중학생에 관한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아침 교정에서 2학년 남학생 가시와기 다쿠야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경찰은 그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린다. 끝난 줄 알았던 사태는 다쿠야가 불량 학생들에게 살해 당했다는 고발장이 학교로 날아들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전작 ‘화차’가 다중채무에 빠진 여자의 실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서늘한 이면을 파헤쳤 듯 이번 작품 역시 학교 안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솔로몬의 위증’은 학교에서 교육으로, 교육에서 다시 일본 사회로 외연을 확장해 간다.

소설의 배경은 버블 붕괴 이후 1990년대의 도쿄지만, 학교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놀라울 만큼 지금의 한국과 닮았다. 공교육은 흔들리고, 가족은 무너진다. 관계가 표피화되면서 개인은 한없이 내면으로 침잠한다. 죽은 다쿠야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부모와 형제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다. “언제부터 일본 사회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저도 뭐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떤 명확한 선 하나가 있어서 그것을 전후로 사회의 무엇인가가 결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명확한 선’을 긋는 것만이 문제의 원인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 듯 소설도 범인을 찾는 것에만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그보다 작가가 집중하는 부분은 무너진 교육 체계의 세밀한 층층과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 전반적 과정이다. 학생과 교사, 가족, 경찰, 이웃의 시점으로 번갈아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솔로몬의 위증’은 미야베가 처음으로 쓴 법정 추리극이다. 학교도, 경찰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학생들은 직접 진실을 알아내기로 하고 교내 재판을 연다. 여기에는 1990년 지각해서 뛰어오던 여학생이 교사가 갑자기 닫아버린 교문 틈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영감이 됐다. 이 학생의 불행한 죽음을 두고 고베의 한 고등학교에서 실제 모의 재판이 열린 것이다.

이번 작품은 2002년부터 9년여에 걸쳐 연재한 대작이다. 원고지 분량만 8500매에 이른다.

작가는 “세부적인 인물 설정이나 등장 시점 등은 처음과 비교해 꽤 달라졌다”면서 “구상 단계에서는 조연이었던 인물이 작품을 쓰면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법률 사무소에서 일한 경험과 함께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이 눈에 띄지 않았던” 학생 시절의 기억도 녹여냈다.

“학교 폭력 같은 문제가 왜 이렇게 심각해졌는지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아침마다 시간을 정해놓고 학생들에게 독서를 시켰더니 상황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요.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고 고독과 친해지는 행위잖아요. 학교를 비롯한 현실에서 독서와 반대되는 현상들만 넘쳐나는 것이 원인의 하나는 아닐까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7-10 21면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