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에너지의 주인일까? 노예일까?

우리는 에너지의 주인일까? 노예일까?

입력 2013-08-17 00:00
업데이트 2013-08-17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에너지의 노예, 그 반란의 시작/앤드루 니키포룩 지음/김지현 옮김/황소자리 펴냄/360쪽/1만 5800원

전력예비율 5.91%. ‘마(魔)의 3일’ 동안 전력위기와 사투를 벌인 이 땅의 시민들은 과연 석유·석탄·원자력과 같은 에너지를 지배하는 주인일까, 아니면 노예일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해안가 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일본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으나 뒷심을 잃어버린 경제구조의 취약성 탓에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황소자리 제공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해안가 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일본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으나 뒷심을 잃어버린 경제구조의 취약성 탓에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황소자리 제공


저자는 해답을 위해 2009년 4개의 침실이 딸린 영국의 한 가정에서 이뤄진 별난 실험을 제시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 구성원 4명은 어느 일요일 언제나처럼 전원 스위치를 올린다. 순간, 바로 옆집에 마련된 ‘인간 발전소’가 가동된다. 100명의 지원자들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 것이다. BBC 방송팀은 하루가 저물 무렵, 온종일 페달을 밟느라 지쳐버린 ‘에너지 노예들’을 무심히 전기를 소비한 가족 구성원들에게 소개했다. 토스트 2장을 굽기 위해 한꺼번에 11명이 페달을 밟았고, 오븐이 열을 내도록 24명이 구슬땀을 쏟았다. 실험에 참가한 지원자 중 몇 명은 며칠간 걷지도 못했다.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류가 1900년 이전 1000년간 사용했던 에너지의 10배를 20세기에 써버릴 만큼 에너지 과소비에 흠뻑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몸무게 50㎏의 여성이 불과 500g짜리 다이어트 음료를 사기 위해 500㎏의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현실이 그렇다.

그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벼락과 헬리오스의 태양광을 에너지의 근원으로, 신들의 대장간에서 불(에너지)을 훔쳐 인간에게 건네준 프로메테우스를 에너지의 시조로 각각 꼽는다.

하지만 인류는 화석연료를 통한 기계문명을 누리며 위기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에너지를 노예에 비유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노예제를 불가피한 임시변통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들도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마치 17세기 영국의 노예상인들처럼….

인류는 인권이 부각되면서 노예제의 굴레를 벗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필요로 했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화석연료다. 연료를 소비하는 기계 노예는 생태계를 파괴했고, 사회 시스템이 에너지에 종속되는 모순을 불러 왔다. 해법으로 6세기경 로마 외곽에서 시작된 베네딕트 수도회의 공동체 운동을 조망했다. 수도회는 신분의 높낮음을 떠나 소규모 단체 생활을 지향하며 육체노동을 통한 자급자족을 추구했다. 저자는 “분수에 넘치는 에너지는 생명력을 약화시킨다”며 ‘에너지 노예 해방운동’을 촉구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8-17 19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