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기능은 치유와 위로… 작품 물신숭배 풍조에 일침
영혼의 미술관/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김한영 옮김/문학동네/240쪽/2만 8000원여기 에두아르 마네의 1880년 작품 ‘아스파라거스 다발’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이 그림을 통해 사랑을 재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슴 설레던 연인의 모습도 언젠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손목이나 어깨만으로도 우리를 흥분시켰던 사람이 눈앞에 벌거벗고 누워 있어도 무덤덤”한 순간이 찾아온다. 보통은 마네가 섬세한 관찰을 통해 식재료에 불과했던 아스파라거스에서 완전히 다른 아름다움을 포착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가 “겹겹이 쌓인 습관과 타성 밑에서 선하고 아름다운 면”을 발견하는 마네의 상상력을 연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아스파라거스 다발’
‘미술의 기원:양치기의 그림자를 더듬어가는 디부타데스’
조선의 백자
보통은 예술에 일곱 가지 기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장바티스트 르노의 ‘미술의 기원:양치기의 그림자를 더듬어가는 디부타데스’는 사랑하는 대상을 붙잡고 기억하려 하는 예술의 특성을 보여준다. 예술은 우리에게 희망을 전하고, 고통을 견디는 법을 알려주며,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하게 한다. 경험을 확장시키고 감각을 일깨우기도 한다. 소박하고 겸손한 조선의 백자처럼 삶의 균형을 되찾게 만드는 기능도 있다.
보통은 미술관과 이데올로기가 구축한 감상 방식에 휘둘리는 대신 자신만의 “내적 필요”에 따라 예술에 감응할 것을 요청한다. 예술이 관람객 개개인의 현실 속에 적극적으로 뿌리내릴 때에야 ‘예술을 위한 예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이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예술이 덜 필요하고 덜 예외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10-19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