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어린이 책] 한바탕 놀이로 동심 피어나다

[이 주일의 어린이 책] 한바탕 놀이로 동심 피어나다

입력 2013-12-07 00:00
업데이트 2013-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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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이혜리 지음·그림/보림 펴냄/40쪽/1만 3000원

콘크리트 건물만이 우뚝우뚝 솟아 있는 잿빛 도시. 기이할 정도로 완벽하게 둥근 모양의 보름달이 아이의 얼굴 위로 서서히 다가온다. 달에 압도되려는 순간, 아이의 얼굴 앞에 나타난 것은 사자.

아이와 사자는 서로의 존재가 동공에 맺히도록 상대를 가만히 응시한다. 아이의 얼굴에는 공포가 아닌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져 나간다. 아이는 자신처럼 콘크리트 건물 안에 갇혀 있던 동네 아이들을 다 그러모은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눈이 휘둥그레져서 사자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이내 한데 어우러져 놀이 한판을 벌인다.

아이들은 오색 빛깔로 찬란한 사자의 갈기 속에 파묻혀 미끄럼을 탄다. 갈기를 사방팔방 뒤흔드는 사자를 따라 머리도 흔들어 본다. 쿵쿵 두 발을 구르고 펄쩍펄쩍 뛰어 보고 뒹굴뒹굴 굴러도 본다.

무채색 톤으로 시작했던 그림은 사자와 아이들의 놀이에 흥이 오를수록 밝은 빛을 띠며 색채의 향연을 펼친다. 달빛 속을 달리는 아이들은 놀이의 환희에 차오른다. 나중에는 사자와 아이들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혼연일체가 된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도시는 다시 잿빛에 잠겨 있다. 보름달 역시 시치미를 뚝 뗀 채 도시를 내려다본다. 건물 안에서 달을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에만 흐뭇한 미소가 떠 있을 뿐이다.

탑에 갇힌 라푼젤처럼 놀이의 즐거움을 배우지 못한 요즘 아이들에게 시원한 해방감을 안겨 줄 그림책이다. 어린이들의 상상과 놀이의 세계를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내 온 작가는 세밀한 선으로 촘촘히 그림을 직조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과감한 필치로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묵직한 무채색 톤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을 입힌 선만으로 미묘한 차이를 빚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3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12-0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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