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초 조선 아내의 가부장제 저항기

18세기초 조선 아내의 가부장제 저항기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4-01 23:28
업데이트 2016-04-0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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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영의 이혼 소송 1704~1713/강명관 지음/휴머니스트/204쪽/1만 3000원

‘유교적 가부장제 사회’ 조선을 뒤흔든 양반 유정기와 아내 신태영의 이혼 송사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둘의 이혼 소송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에 남아 있다. 기록에 따르면 숙종 16년(1690) 유정기는 신태영을 시부모에게 불효했다는 이유로 쫓아낸다. 14년 후인 1704년, 유정기는 돌연 예조에 공식 이혼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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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에선 둘의 이혼 가능 여부를 놓고 9년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사헌부 장령 임방은 남편과 시부모에게 욕하고 제수에 오물을 섞은 신태영의 행위를 근거로 둘을 이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예조판서 민진후는 한쪽의 말만 듣고 신태영을 처벌하거나 둘을 이혼시킬 수 없다고 반박한다.

조선은 가부장의 권력이 절대적이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해야만 했다. 때문에 조선 시대 기록에서 여성 목소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저자는 역사 기록에서 가부장제 권력의 중심인 남편에게 저항하는 아내의 목소리를 힘겹게 한 줄 찾아냈다.

신태영이 남편의 억지 이혼 청구에 반박하는 내용이다. ‘무진년(1688) 전에 다섯 자녀를 연달아 낳았고, 부부가 실행(失行)한 일은 없습니다. 무진년 이후 유정기가 비첩에게 고혹돼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씌어진 죄명은 모두 유정기가 날조한 것입니다.’

저자는 “좁쌀만 한 이 기록을 토대로 두 사람의 이혼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가부장제 권력 집행에 여성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탐색했다”면서 “이 짧은 기록은 조선 사회에서 주체 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어떤 식으로 가부장제에 반발하며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단초”라고 설명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4-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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