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세계시장 진출 동력… ‘번역’이 답이다

한국문학의 세계시장 진출 동력… ‘번역’이 답이다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05-17 11:44
업데이트 2016-05-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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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46)의 맨부커상 수상의 일등공신으로 ‘채식주의자’의 번역가 데버런 스미스(29)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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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인정받은 좋은 작품들은 그간 언어의 장벽에 부딪쳐 해외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깊이있게 이해하면서 한국 작품의 미묘한 뉘앙스와 서정성을 영문으로 제대로 살려내는 번역가를 찾기 힘들었다.

이런 실정에서 2007년 출간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근 10년 만에 해외에서도 빛을 본 것은 걸출한 영국인 번역가 스미스를 만난 덕분이라는 평이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매료된 스미스는 책의 앞부분 20쪽을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출판사 측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출간으로 이어졌다.


한강이 수상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번역가에게도 공동으로 주어지는 상이다. 세계 문학계에서 비영어권, 제3세계의 작품들이 영어로 어떻게 번역되느냐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음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장인 보이드 턴킨은 16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비범한 균형과 재치를 지닌 이 작품의 탁월함은 작가와 함께 데버러 스미스의 놀라운 번역에 의해 동시에 이뤄진 것”이라며 “우리는 이 기묘하고 빛나는 작품이 영어로 제 목소리를 완벽하게 찾았다고 느낀다”고 평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2011년부터 미국에서 아마존닷컴 20위 안에 드는 등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번역 덕분으로 평가됐다. 이 책을 번역한 김지영씨는 국내외의 몇 안 되는 수준 높은 영문 번역가로 꼽힌다. 미국에서 출생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라 두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

문제는 스미스나 김지영씨 같은 좋은 번역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문학의 해외 번역은 한국인 번역가가 초벌 번역한 것을 외국인이 감수하는 공동 번역이 대부분이다. 외국어 중 그나마 가장 많은 영문 번역가도 실제 활동하는 인원이 30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김성곤 원장은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번역이 나쁘면 해외시장에서 뜰 수가 없다. 맨부커상이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시상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번역이 작품성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무라카미 하루키, 중국의 모옌 같은 작가들은 모두 작가와 작품을 잘 이해하고 도맡아 번역해주는 전담 번역가들이 있었다”며 “우리도 그런 번역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번역아카데미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좋은 번역가를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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