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도 건국 주장한 적 없어”

“이승만 대통령도 건국 주장한 적 없어”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6-11-25 22:56
업데이트 2016-11-2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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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 펴낸 한시준 단국대 교수 인터뷰

“48년 건국 주장은 독립운동 부정 행위”
임시정부 활동 과정 인물 중심 기술
홍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지도자 소개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지난 2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단국대 연구실인 동양학연구원에서 신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지난 2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단국대 연구실인 동양학연구원에서 신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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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조차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이라고 한 적이 없어요. 당시 속기록 어디에도 건국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다면 자신을 건국 대통령으로 부르며, 건국절을 제정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기가 막힌다고 할 겁니다.”

국내 독립운동 가운데 대한민국임시정부사에 천착해 온 대표적 학자인 한시준 단국대 교수가 우리 정부의 역사적 뿌리와 주요 지도자들을 조명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역사공간)을 내놓았다.

한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검토본 공개를 앞두고 역사학자로서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책을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에서 ‘정부’를 빼고 ‘대한민국 수립일’로 교과서에 기술하는 것은 결국 건국절을 반영하는 것으로 우리 독립운동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책을 통해 ‘역사의 정의(正義)’라는 화두를 던진다. “돌아갈 몫이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 그게 역사의 정의라는 설명이다. 법적·역사적 근거가 없는 ‘건국절’ 관련 기술은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고 일제에 협력했던 반민족행위자들을 건국의 공로자로 둔갑시키고,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을 한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의도로 ‘역사의 정의’가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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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임시정부의 탄생부터 혼란, 사상적 기반, 무장투쟁 등을 인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중에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 주석 김구, 도산 안창호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1919년 3·1 독립선언 직후 국내에 ‘한성정부’를 세우고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홍진(1877~1946·본명 홍면희)부터 이론가로 ‘삼균주의’를 창안한 조소앙(1887~1958), 대한제국 군인 출신으로 만주 독립군, 광복군에서도 활동한 ‘서안총사령부 총사령’ 황학수(1879~1953) 등은 한 교수의 펜을 통해 ‘민족 지도자’로 오롯이 복원됐다.

근현대 정치사에서 임시정부는 ‘정치적 통합의 역사’이기도 하다. 1919년 3·1 독립선언 후 국내외에 수립된 임시정부는 모두 8개. 그중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9월 11일 국내 한성정부와 연해주 대한국민의회 등 세 정부의 통합을 통해 유일한 정부가 된다. 한성정부를 정통으로, 대한민국 국호와 대통령 중심제가 확립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 미국에서의 ‘위임통치’를 주장하며, 이는 우리 헌정사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을 낳는 시발점이 된다. 국무총리인 이동휘가 이 대통령에 대해 “독립정신이 불철저한 썩은 대가리”라고 공격한 게 이때였다. 1925년 3월 임시의정원(임시국회)은 ‘임시대통령 이승만탄핵안’을 통과시킨다. 탄핵심판서에는 ‘국가 총책임자인 이 대통령이 정부 행정과 재무를 방해하고, 대한민국임시헌법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며 국정을 방해했다”고 기록된다. 이승만이 상하이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한 건 전체 임기 5년 6개월 중 6개월에 불과했다.

그는 “우리 역사상 첫 국민주권 정부인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결코 손상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법률 제53호)을 반포하면서 왜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했겠느냐.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 모두 개천절을 통해 우리 민족이 반만년 전부터 국가를 건립했다는 걸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신문이 개천절을 ‘건국기념일’로 불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도자가 권력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건 착각이에요. 그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 강압으로 기록한 역사가 휴지조각이 될 줄은 모르는 거죠. 후대 역사가들은 현 정부를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후퇴시킨’ 정부로 기록할 겁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6-1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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