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美시인 루이즈 글릭
헝가리계 유대인… 예일대 영문학 교수1993년 작품 ‘야생 붓꽃’ 퓰리처상 수상
美 현대문학서 가장 뛰어난 시인 중 한 명
역대 16번째 여성·美작가로 10번째 영예
“질병·이별 등 상실 뒤 치유 논하는 시 써
코로나 시대 문학의 원초적 복원력 기대”
오바마에게 인문 훈장 받은 글릭
2016년 9월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왼쪽)이 인문학 발전과 확대에 공헌한 이에게 주는 내셔널 휴머니티스 메달을 받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당시 글릭은 “고대의 신화, 자연의 마법, 인류의 본질을 관통하는 강력한 서정시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글릭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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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은 8일 “글릭은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확고한 시적 표현으로 개인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나타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림원은 이어 “그의 시는 명징함으로 특징을 지을 수 있다”며 “어린 시절과 가족의 삶, 부모와 형제, 자매와의 밀접한 관계에 시의 초점을 맞추곤 했다”고 평가했다.
노벨문학상 역대수상자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의 저작. 퓰리처상과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어워즈를 안긴 ‘야생 붓꽃’(1993).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의 저작. 에세이집 ‘프루프스 앤드 티어리스’(1995).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의 저작. 미국 내셔널 북 어워즈 수상작 ‘페이스풀 앤드 버추어스 나이트’(2014).
글릭의 수상을 두고 학계에서는 한림원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시가 주는 치유의 힘을 높게 봤다고 평가한다. 글릭은 거식증 병력으로 고등학교 중퇴 이후부터 7년여에 걸친 상담 치료를 받으며 트라우마와 고통 등에 골몰했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는 “그는 질병과 상실, 이별 등 인간 삶의 보편적 문제들을 자연물과 결부시켜 상실 뒤의 치유와 재생을 논하는 시들을 많이 써 왔다”며 “(한림원이) 코로나 시대에 문학이 줄 수 있는 인간성에 대한 원초적인 복원력을 기대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글릭이 2004년에 출간한 책 ‘10월’(October)은 9·11 테러로 미국인들이 겪은 트라우마와 고통, 치유의 문제를 그리스 신화에 빗댄 시집이다.
또한 글릭은 언어의 한계에 대한 지적 탐구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를 쓸 때 정신분석을 차용, 이미지들에 자아를 투사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양균원 대진대 영문과 교수는 “글릭이 쓴 ‘야생 붓꽃’ 등은 짧고 쉬운 단어로 쓴 서정시이지만 치고 들어오는 힘이 있는 시”라며 “주체가 목소리를 내는 방법,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의 어려움을 탐구하며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공적이고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담았다”고 평했다.
현재 글릭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거주 중이며, 예일대 영문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는 총상금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2억 9910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0-10-09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