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다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 소망”

“글 쓰다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 소망”

이슬기 기자
입력 2020-10-12 22:34
업데이트 2020-10-13 01:0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등단 50주년 맞은 조정래 작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첫 개정판 출간
코로나로 겸손·자족 느끼는 존재 되길
인간 본질·불교 세계관 장편소설 구상

일본 유학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 변신
150만명 단죄… 왜곡된 역사 바로잡아야
이미지 확대
등단 50주년을 맞은 조정래 작가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학 인생을 회고했다. 여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 작가는 “글 쓰다 엎드려 죽는 것이 소망”이라던 30대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등단 50주년을 맞은 조정래 작가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학 인생을 회고했다. 여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 작가는 “글 쓰다 엎드려 죽는 것이 소망”이라던 30대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30대 때부터 누가 ‘소망이 뭐냐’ 물으면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대답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까 여든이 다 된 나이가 됐습니다.”

‘황홀한 글감옥’이 시작된 지 꼬박 50년. 1970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조정래(77) 작가는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회한에 잠겼다.

등단 50주년을 맞아 작가는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 3부작을 퇴고한 첫 개정판을 내놨다. 30년 세월이 흘러서야 3부작을 처음 정독했다는 그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숙명성 때문”이라고 했다. “‘태백산맥’이 ‘아리랑’의 적이며, ‘아리랑’이 ‘한강’의 적이라는 생각으로 잔인무도할 정도로 실감 나는 예술가의 길을 착실히 걷기 위해 옛 작품들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어요.” 개정 작업은 전라도 방언과 구어체의 느낌이 더 생생히 읽히도록 문장을 손보았다. 함께 출간한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에는 독자들의 질문 100여개에 대한 응답을 정리, ‘인간 조정래’의 인생·문학·사회론을 담았다.

노(老)작가는 한국 문단과 사회에 쓴소리도 내뱉었다. 특히 친일 역사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유학파,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거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선 “반민특위를 부활시켜 150만 정도 되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리랑’을 두고 ‘왜곡과 조작’이라고 비판한 이영훈 이승만학당 이사장에게는 “민족 반역자”라며 노기를 숨기지 않았다.

문단 후배들에게는 “1인칭으로는 대하소설을 쓸 수 없다”고 다그쳤고, 노벨문학상의 한국인 수상을 향한 염원에 대해서는 “초연하게 문학을 해 나가다 보면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할 테니 큰 신경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여든을 앞둔 나이지만, 작가의 창작열은 현재진행형으로 끓어오른다. “2년 후 인간의 본질, 존재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는 작품 세 권, 3년 후에는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해 현실부터 내세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를 세 권 쓰면서 장편소설 인생을 마감하겠습니다. 이후 단편을 50편쯤, 수필 5~6권을 쓰고 인생을 문 닫을까 합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10-13 25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