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철학자’ 베유 다시 읽기

‘행동하는 철학자’ 베유 다시 읽기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1-12-07 20:52
업데이트 2021-12-08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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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내용 담은 ‘중력과 은총’ 이어
‘일리아스…’ ‘신의 사랑…’ 잇단 번역 출간

시몬 베유
시몬 베유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성’으로 꼽히는 시몬 베유(1909~1943)의 대표작이 잇따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알베르 카뮈, 앙드레 지드, TS 엘리엇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준 베유의 힘, 불행, 선(善), 은총에 대한 독특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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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는 2008년 출간된 ‘중력과 은총’의 개정판을 선보였다. 베유가 죽은 뒤인 1947년 사상적 동지 귀스타브 티봉이 그의 원고를 묶어서 낸 책으로, 윤진 번역가가 책에 등장하는 문학 작품과 성경 인용에 대한 상세한 주석을 새로 덧붙였다.

이 책은 삶을 밑으로 끌어내리는 중력에 맡겨진 인간의 불행과 초자연의 빛인 은총을 통한 구원이라는 기독교적 내용을 담았다. 베유는 고통의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거나 ‘모든 일을 관장하는 신의 섭리가 있다’는 식의 믿음을 통해 종교에서 위안을 얻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통을 ‘실재’로 인정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 그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나 세계가 완벽해질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관념도 현실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세계를 능동적으로 변혁시킬 가능성을 부정하는 이런 주장은 유럽 사회가 믿어 온 합리성과 진보가 전쟁을 통해 무너져 버린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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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시올은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이 책은 트로이 전쟁을 그린 고대 서사시 ‘일리아스’를 힘의 논리로 바라본 철학서다. 1939년 독일이 유럽을 침략하자 평화주의를 포기한 베유는 “일리아스의 진짜 주인공, 진짜 주제, 중심은 힘”이라며 “힘은 자신에게 종속된 사람을 사물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한다. 힘의 논리는 사람의 영혼을 종속시키며 이렇게 힘에 종속된 사람은 사물로 전락한다는 의미다. 그는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건 힘에 당하는 사람이건 모두 영혼이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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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새물결 출판사가 국내 처음 선보이는 ‘신의 사랑에 관한 무질서한 생각들’은 신학적인 글과 철학적·정치적인 글 여러 편을 묶은 책이다. 우리가 가짜 신을 믿는 이유는 선과 행복이 불가능한 이 세계에서 헛된 기대를 하고 헛된 희망을 품기 때문이라고 베유는 주장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1-12-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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