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 ‘뷔페식’으로 이해하기

식민지 시대 ‘뷔페식’으로 이해하기

입력 2010-05-28 00:00
업데이트 2010-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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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역사학대회 28일 개최

17개 역사관련 학술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28~29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전국역사학대회’는 뷔페다. ‘식민주의와 식민 책임’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이 한꺼번에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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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패망 직후 조선땅을 떠나기 위해 몰려나온 일본인들. 광복 직전 조선총독부는 건국동맹을 이끌고 있던 몽양 여운형에게 일본인의 무사귀환을 부탁했고, 광복이 실제 닥쳐오자 여운형은 이 약속을 지켰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일제 패망 직후 조선땅을 떠나기 위해 몰려나온 일본인들. 광복 직전 조선총독부는 건국동맹을 이끌고 있던 몽양 여운형에게 일본인의 무사귀환을 부탁했고, 광복이 실제 닥쳐오자 여운형은 이 약속을 지켰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식민지근대화론 논란을 불렀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글을 실었던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서양 식민주의의 유산’이란 논문을 발표한다. 최근 국내에 도입된 식민주의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을 소개한다.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착취했다는 기존 논의에 대해 수정주의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 거래가 식민지와의 거래보다 더 많았고, 문명개화의 사명을 중시했기 때문에 식민지배가 그리 가혹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식민지배 칭송은 아니다. 박 교수는 “탈식민 사회의 성장이나 실패가 식민지 경험 때문이라는 것은 도식화에 불과하고 역사적 진실은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함동주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발표문 ‘일본형 식민주의의 형성과 구조’를 통해 박 교수의 주장을 반박한다. 일본을 식민지 자율성을 허용하는 자치주의 모델을 택한 영국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이 식민지배한 곳 가운데 조선 총독부가 제일 강력했다는 데 주목했다. 1919년 3·1운동 뒤 일본 내부에서도 영국의 자치주의적 모델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모두 거부됐다. 영국은 영국, 일본은 일본이란 얘기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대한 반박으로 2006년 출간된 ‘근대를 다시 읽는다’(식민지근대성론)를 겨냥한다. ‘근대를’은 식민지근대화론이 결과론적 성장만 강조한다면서 근대성 자체가 성장과 수탈, 문명화와 개발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식민지 이중사회론’을 꺼내든다. 민족적·계급적 갈등 같은 근대적 갈등이 식민지적 상황 아래 더 커졌다는 점을 가리지 말라는 것이다. ‘식민지근대성’에서 방점은 식민지에 찍혀야 한다는 얘기다.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 교수는 조금 다른 차원의 주장을 내놓는다. 식민지 경험이 후대 발전에 도움이 됐느냐 되지 않았느냐를 따지는 기존 논쟁은 별 의미 없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시장과 기업을 뒷받침하는 국가의 역할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민주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민주화의 기초는 당연히 국가주권이다. 식민지배가 아무리 훌륭했어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으면서도 경제 성장보다 정치적 자유를 인간다운 삶의 첫째 조건으로 꼽은 아마르티아 센의 주장과 비슷하다.

역사학대회에서는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병합무효 선언 등이 담긴 공동성명서도 채택할 예정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05-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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