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고소영도 다녀간 ‘호화 산후조리원’의 세계
서울 강남에서 2주에 2500만원인 고급 ‘산후조리원’이 활황을 누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많이 찾으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곳을 거쳐 간 연예인의 이름을 따 ‘○○○ 산후조리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일반인들은 엄두가 나지 않는 비용이지만 돈깨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고 애를 쓴다. 사회 상류층 인사들과 ‘산후조리원 동기’를 맺고 고급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호화’ 산후조리원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2014년 서울에서 최초로 설립된 송파구 공공산후조리원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의 신생아실 전경. 송파구 충민로에 위치한 이곳은 27개의 산모실과 함께 30명의 신생아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송파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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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이 이용하면서 유명해진 헤리티지 산후조리원은 2주에 2000만원을 받고 있다. 이곳 역시 특실은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대부분 우리나라 상위 1%에 속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은 배우 고소영이 다녀간 뒤로 ‘고소영 산후조리원’으로 불린다. 유명 연예인이 주로 머무는 특실 가격은 2500만원(2주 이용 시)이다. 특실은 산모가 이동하기 편한 1층에 있고, 일반실(2~5층)과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 사진은 8층 테라스 전경.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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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산모는 더 좋은 인맥을 찾기 위해 일부러 비싼 돈을 내고 고급 산후조리원에 가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29)씨는 “남편을 설득해 강남에서 산후조리를 했다”며 “집(서울 강동구) 근처 산후조리원보다 두 배 이상 비쌌지만 육아 고민을 함께할 친구를 많이 사귀게 돼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은 배우 고소영이 다녀간 뒤로 ‘고소영 산후조리원’으로 불린다. 유명 연예인이 주로 머무는 특실 가격은 2500만원(2주 이용 시)이다. 특실은 산모가 이동하기 편한 1층에 있고, 일반실(2~5층)과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 사진은 특실 내부.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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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은 배우 고소영이 다녀간 뒤로 ‘고소영 산후조리원’으로 불린다. 유명 연예인이 주로 머무는 특실 가격은 2500만원(2주 이용 시)이다. 특실은 산모가 이동하기 편한 1층에 있고, 일반실(2~5층)과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 사진은 특실 내부.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 제공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 제공
출산율이 하락해도 산후조리원 수는 해마다 5%씩 성장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이용 비율은 2012년 50.2%에서 2015년 59.8%로 9.6% 포인트 늘었다. 산모 10명 가운데 6명이 산후조리원을 찾는다는 의미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핵가족화하면서 제3의 조력자가 필요해졌다”며 “과거 산모의 부모, 시부모가 하던 역할을 산후조리원이 이어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은 배우 고소영이 다녀간 뒤로 ‘고소영 산후조리원’으로 불린다. 유명 연예인이 주로 머무는 특실 가격은 2500만원(2주 이용 시)이다. 특실은 산모가 이동하기 편한 1층에 있고, 일반실(2~5층)과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 사진은 7층 마사지실.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 제공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 제공
그 가격에는 거품도 적지 않다. 서울 산후조리원의 일반실 가운데 가장 비싼 곳은 960만원, 가장 저렴한 곳은 160만원으로 800만원 차이가 난다. 서비스는 대동소이한데, 이용자들이 ‘비싼 곳’을 ‘좋은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비용에 거품이 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사회적 인식을 인정하면서도 산후조리원 가격 거품을 걷어 내기 위한 정부의 고민도 깊다. 우선 복지부는 지난달부터 통계청과 함께 산후조리원 평가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내년부터 정식 평가에 나선다. 정부는 평가 결과를 외부에 공개해 소비자들이 산후조리원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공공 산후조리원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전국 6곳에서 운영되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2주 비용이 100만원대다. 서울의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는 지역 구민을 대상으로 비교적 저렴한 190만원을 받고 있다. 가격이 싼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송파구 보건소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으면 10초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 산후조리원 도입이 수월하지 않은 곳도 있다. 경기 성남시는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을 추진했지만 민간 산후조리원 측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시가 산후조리비 50만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원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일시적으로 무마됐다.
이 교수는 “공공 산후조리원을 대안으로 내세우면 민간 산후조리원이 잘못된 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산후도우미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7-22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