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까지 그리스 전역 순례
영하 35도·풍속 35㎧ 견뎌경호 요원들 봉송 주자 등 보호
전세기 타고 D-100 맞춰 한국행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국내로 모셔오기까지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하는 물밑 작전이 필요하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때로는 아기를 다루듯, 때로는 진귀한 예술작품을 보관하듯 온갖 신경을 집중해 전세기로도 10시간 이상 거리인 그리스로부터 한국으로 성화를 옮긴다.
성화는 일주일 동안 그리스 전역을 돌며 올림픽 ‘개봉박두’를 알린다. 주자 505명이 36개 도시 2129㎞를 달린 뒤 오는 30일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도달한다. 한국인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기훈(41) 울산과학대 교수와 그리스 한인 교민회장 등도 주자에 포함됐다. 성화 제작을 맡은 한화 관계자는 “미리 성화 500여개를 그리스로 공수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성화는 영하 35도의 온도와 35㎧의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특수제작됐다. 상단부의 경우 기와처럼 디자인해 우천 시에도 빗물이 쉽게 빠진다. 뜻밖의 사고로 성화가 꺼져도 봉송 주자를 따라 이동하던 대형 버스에 예비 성화를 보관해 끄떡없다. 경호요원들은 봉송 주자는 물론 예비 성화를 보관한 안전램프 인근을 지키며 괴한의 습격에도 대비한다.
그리스올림픽위원회(HOC)는 31일 근대올림픽 경기장인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평창 조직위에 성화를 공식 인계한다. 평창 조직위는 성화를 안전램프에 담아 전세기 객실로 옮긴다. 좌석에 베이비시트와 비슷한 거치대를 설치한 뒤 안전램프를 올려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객실 흔들림에 대비한다. 착륙 시까지 관계자들이 곁을 떠나지 않고 살핀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안전램프는 비행기 1등석에 설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화는 D-100에 맞춰 새달 1일 오전 11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공항 인근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마친 뒤 첫 주자인 피겨스케이팅의 유영(13)이 성화를 건네받는다. 이를 시작으로 7500명의 봉송 주자들은 내년 2월 9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136개 시·군·구 2018㎞를 달리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지구촌에 알린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10-25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