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n&Out] 한일 민간교류 권하는 대통령 연설 듣고 싶다/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입력 : ㅣ 수정 : 2019-08-14 02:44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2019년 8월 2일은 후세에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일본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반하장’이라며 일본을 비판했다. 한국에서는 ‘제2의 경제 침략’에 ‘제2의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의 한일 교류가 중단되는 사태도 잇따른다.

이런 한국을 보는 일본은 ‘냉담’라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8·2 조치에 대해 일본 내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이 시점이 옳았는지, 한국 정부의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효과적인 것인지, 일본 경제에도 손해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소리들이다. 그러나 8·2 조치의 원인을 만든 것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란 약속을 파기하려는 한국 사법부의 판단과 그것을 방치한 문재인 정권이라는 점은 일본인 사이에 상당 부분 공유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조치가 즉각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는 제재로 인식하지만 실체는 상당히 다르다. 일본 보도에도 책임이 있지만, 조치의 실체를 한국 정부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수출 관리에 있어서 미국 등과 같은 최우대국이었던 한국을 대만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과 동일한 수준의 우대국으로 변경한 것이지, 조치 자체가 한국에 중요한 전략물자 제공을 막는 게 아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대일 비판을 부추기는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한국 경제와 산업에 이익이 될 수 없다. 한국 언론도 일본의 일부 보도에 현혹되지 말고 냉정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고, 한국 정부도 전략적으로 행동했으면 한다.

왜 이 시점에서 아베 신조 정권이 ‘현상 변경’을 선택했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8·2 조치는 행정 절차라고 하지만, 정치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에 전략물자 제공을 제한하겠다는 명확한 의도로 제도를 운용하려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일본 정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의적 운용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런 이유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한국 정부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 선택에는 한일 현안인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대응도 포함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역시 일본은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역사문제에서 한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문 대통령은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고 말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는 일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미국이며, 미국이 우려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내비쳐 일본을 움직이도록 한다는 발상이 강하다. 그것은 유효한가. 미국은 한일 어느 한쪽에 서는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며,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선 한일 양국이 타협 가능한 토대를 만드는 게 필요조건이다. 그것이 없다면 미국의 일방적인 중개는 성공할 리가 없다.

이번 일본의 ‘선제공격’적 선택을 인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한국을 위협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한국인의 비판이 고조돼 양보를 이끌어내기 쉬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면 그것은 한국 사회의 메커니즘을 너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것만은 꼭 문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다. 정부 간 대립은 당분간 어쩔 수 없어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교류가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속속 교류 중단 소식이 들려온다. 문 대통령이 ‘비정부 차원의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 정부도 그것을 지원하겠다’고 8·15 경축사에서 말했으면 한다. 나의 이런 진언을 설마 적반하장이라고 하지는 않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2019-08-14 33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