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은퇴… 선수들 고통 알기에 앱 만들었죠”

입력 : ㅣ 수정 : 2019-09-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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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스포츠 스타트업’ QMIT 대표
프로 골키퍼로 선수생활… 2017년 은퇴
통증 데이터 수집해 맞춤 훈련 앱 개발
이상기 ‘스포츠 스타트업’ QMI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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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기 ‘스포츠 스타트업’ QMIT 대표

프로 선수들에게 통증이 반복되는 건 부상의 전조 신호가 된다. 하지만 통증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부상으로 이어지는 지 알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잔부상은 있다’는 생각이 통용되는 스포츠계에선 통증을 참고 뛰다 결국 선수 생활을 일찍 접게 되는 불운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스포츠 스타트업을 설립한 이상기(32) QMIT 대표가 엘리트 선수들의 ‘부상 데이터’를 독특하게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다.

이 대표는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QMIT 사무실에서 신체 부위별 통증 강도를 입력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스크린을 보여 주며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어떤 부상이 됐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선수마다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그동안 수집해 축적한 국내 부상 데이터는 60만건에 달한다.

이 대표는 2년 전까지 프로축구 구단에서 골키퍼로 뛰던 선수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고 성균관대를 거쳐 2010년에 성남 일화에 입단하며 나름 성공적인 축구 인생을 펼쳤다. 이듬해에는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고 상주 상무에서 제대한 2013년에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수원FC, 서울 이랜드FC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갔지만 예상치 않은 ‘치골 피로 골절’이라는 일격을 맞고 2017년 12월 은퇴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은퇴의 수렁으로 몰고 간 자신의 부상을 기회로 바꿨다. 그는 “해외 구단들이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는 이유를 분석해 보니 코치들이 선수들의 통증 내용을 엑셀로 정리해 개인별 맞춤 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부상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가 국내 스포츠 비즈니스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데 눈을 뜬 셈이다.

그가 개발한 QMIT의 ‘플코’(플레이 코치) 앱을 통해 선수들이 통증 부위와 강도를 입력하면 QMIT 소속 코치들이 상담을 한다. 소속 코치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선수들에게 통증이 어떤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지 경고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팀 단위로 쓰는 경우 선수들이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감독, 코치들이 데이터를 보고 맞춤형 훈련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주먹구구식 훈련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플코 서비스를 이용하면 빅데이터 부상 정보를 통해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생 서비스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고객도 늘기 시작했다. QMIT의 ‘스마트 스포츠 닥터’ 솔루션을 받은 고려대 여자축구부와 성균관대 남자축구부는 부상자 없는 팀 운영에 성공하면서 올해 대학춘계대회에서 나란히 우승을 수확했다.

이 대표는 “선수들이 제대로 된 코칭과 관리를 받으면서 스포츠 교육 현장의 혹사 논란 등 불합리한 상황들이 해소되는 게 바람”이라면서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부상으로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선수들이 없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19-09-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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