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이라면서도 이재용 사과 연기해준 준법위...“권한 한계 보여준 것”

입력 : ㅣ 수정 : 2020-04-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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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적 사과 아닌 실질적 개선안 내놔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공판 출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4회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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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공판 출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4회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총수까지 성역없는 감시에 나서겠다’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 2개월만에 역할 회의론에 휩싸였다.

지난달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노조문제 등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에 대해 삼성이 코로나19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등을 이유로 들어 회신 기한 연장을 요청하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준법위가 총수에게 요구한 ‘첫 권고’에 대한 이행이 기한 내(10일까지) 불발되면서 권한이 불명확한 준법위의 한계를 드러냈고 앞으로의 활동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준법위는 지난 2일 4차 회의 때 강남역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씨 문제 해결 등 삼성피해자공동투쟁의 요구사항과 노조문제에 대한 개선 의견을 삼성 측 회신을 보고 재논의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한동안 ‘공회전’하게 됐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든 기업 범죄가 결국 경영권 승계라는 사적 이익 추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 만큼 준법위의 의제 설정은 정확했지만 삼성 측의 연기 요청과 이를 수용한 것은 준법위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며 “문제는 이 부회장이 내놓을 대답인데 한 달 시한을 늘려달라고 한 만큼 의례적 사과가 아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들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형(오른쪽 두 번째)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2.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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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형(오른쪽 두 번째)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2.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승계문제, 노사문제 등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결국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사건 등 현재 수사·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불법을 저질렀다고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삼성의 딜레마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도 사과의 수위와 내용에 대해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준법위에서 사과와 재발 방지안을 요구한 사안들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 사과를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인 만큼 준법위가 과거의 법률적 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앞으로의 경영활동과 관련된 내부 의사 결정을 감시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는 게 삼성뿐 아니라 국내 기업 전체에 좋은 이정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준법위가 삼성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5월로 미뤄지게 됐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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