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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한전공대와 반도체 인재 육성/박현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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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06-28 02:24 서울광장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한전공대, 교육 아닌 정치적 결정
구조조정과 맞지 않아 비판
반도체 인재 육성 고려사항 많아
‘민주시민 양성’ 교육가치 챙겨야

박현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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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갑 논설위원

“과거엔 장관과 교육철학이 다르면 지방이나 유학 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대학 자율성 강화를 위해 교육부 관료를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보내는 거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실행된다면 앞으로 국장들이 장관에게 다른 말 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교육부 관료들이 교육 수장에게 바른 소리 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교육계 관계자의 말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관료도 정책도 바뀐다. 그리고 개혁이든 혁신이든 제도 변화는 정권 초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다는 뜻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개혁이라면 속도감 있는 추진이 답일 게다. 그러나 교육정책, 그중에서도 인재 양성은 그 속성상 미래 수요를 현시점에서 판단하는 만큼 종합적이고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난 3월 개교한 한전공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7년 대선 공약이었다. 광주·전남 지역에 에너지 특화 대학을 세워 에너지 산업을 국가 미래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공약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정치적 결정이었지 교육을 감안한 결정은 아니었다. 당초 2025년 개교 목표였으나 개교 시기를 앞당기면서 학부생 108명 등 157명의 학생들은 도서관, 기숙사 등 교육용 건물이 없는 상태에서 입학했다. 포스텍, 카이스트, 디지스트, 유니스트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이 있고 대학 구조조정도 추진하는 마당에 뜬금없는 대학 설립이냐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교육부에서는 두 번의 대학 설립 심사 반려를 끝으로 다른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육성을 강조한 이후의 교육부 행보도 우려스럽다. 장관이 공석이지만 장관 있는 부처보다 더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 방안 강구를 지시한 이후 한 달여 만인 다음달 중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를 육성하려면 대학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 추가 정원을 어디에 배정할지를 놓고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의 입장차가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고쳐 첨단산업 인재 육성이 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이뤄지면 지금도 어려운 ‘지방대학 시대 열기’라는 국정 과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대통령의 주문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적자원 양성을 교육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도구주의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부는 부처 폐지론이 나올 정도로 위기의식에 내몰린 상태에서 조직 존폐를 거론하는 대통령 발언에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하지만 미래 인재 양성은 고려할 게 많은 사안이다.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입학 정원을 내년부터 늘린다 하더라도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려면 앞으로 최소 5년은 걸린다. 시시각각 바뀌는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가 5년 뒤에도 지금과 같을 것이란 보장은 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도 전국 30개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모두 취업하고 있는 건 아니다. 사정이 그렇다면 최소 5년 이후를 내다보는 중장기 첨단인재 양성 계획을 짜야 한다. 대통령의 주문으로 한 달여 만에 곧바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신속한 정책 반영이라는 이점은 있으나 자칫 수급 계획을 잘못 세웠다간 5년 뒤 일자리 부족 현상을 초래한 정책으로 비판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이제부터라도 뼈를 깎는 각성과 함께 부처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개혁 작업을 통해 학생, 학부모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을 수단으로 간주하는 인력 공급 정책도 필요하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민주사회 시민 육성을 위한 발달주의적 교육 가치는 어떻게 살려 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바란다.

박현갑 논설위원
2022-06-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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