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겨눴다 되치기당한 황운하… 울산서 다시 소매 걷는 검경

김기현 겨눴다 되치기당한 황운하… 울산서 다시 소매 걷는 검경

박정훈 기자
박정훈 기자
입력 2019-04-28 17:48
업데이트 2019-04-2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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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 검찰 저격수 황운하 조준… 검경 수사권 조정 대리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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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울산경찰청에서 지능범죄수사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서류봉투를 들고 나오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울산지검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울산경찰청에서 지능범죄수사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서류봉투를 들고 나오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지난해 6·13지방선거 직전 진행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와 기소를 놓고 울산의 경찰과 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압수한 불법 고래고기를 되돌려준 ‘고래고기 환부사건’으로 이미 한 차례 맞섰던 두 기관은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기소를 놓고 두 번째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지역에서의 검경 갈등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덴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중앙무대 갈등과 더불어 ‘검찰 저격수’로 불리는 황운하(대전경찰청장) 전 울산경찰청장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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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지난 3월 21일 대전지방경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의 ‘황운하 특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지난 3월 21일 대전지방경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의 ‘황운하 특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울산지검은 지난해 5월과 12월 울산경찰청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 등에 대해 최근 무혐의 처분했다. 나아가 김 전 시장의 동생을 수사했던 울산경찰청 소속 수사관을 수사기밀 누설 혐의 등으로 지난 19일 구속하고 울산경찰청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또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황 청장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나섰다.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이 검찰에서 잇따라 증거 부족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경찰의 수사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한국당에서 김 전 시장을 6·13지방선거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확정하는 날, 공교롭게 울산시청 내 시장 비서실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수사 시점에 대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황 청장은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울산경찰청 간부까지 나서서 검찰의 김 전 시장 동생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이에 일일이 대응하고 있지는 않지만, 양측 간 갈등으로 보인다.

울산 검경의 갈등이 낯설진 않다. 2017년 8월 황 청장이 울산청장으로 부임한 이후 ‘고래고기 환부사건’으로 빚어졌다. 황 청장은 줄곧 ‘토착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울산경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 등의 ‘아파트 건설사업 부당 개입 의혹’ 첩보를 입수하고 6개월 넘게 수사를 벌여 이듬해 5월과 12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동생 등 10여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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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 등을 증거 부족 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되려 김 전 시장의 동생을 수사한 울산경찰청 수사관 A씨를 강요미수 혐의와 수사기밀 누수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를 지휘했던 황 청장의 고발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강요미수와 수사기밀 누수 혐의로 구속한 울산경찰청 수사관 A씨의 경우 2015년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형을 찾아가 “시장 동생이 참여한 사업이 잘되도록 도와 달라”고 협박하거나 수사 관련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울산경찰청 112상황실 소속이었던 A씨는 2017년 10월 ‘업무지원’ 형태로 지능범죄수사대로 발령 받아 김 전 시장의 동생 수사를 맡았으나 ‘시장 비서실장 형에게 협박을 일삼았다’는 혐의로 이듬해 3월 수사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논란을 빚었다.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이 무혐의 처분되고 담당 수사관이 구속되자 정치권(자유한국당)의 공세가 대폭 강화됐다. 한국당은 황 청장을 권한남용 등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황 청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권한을 남용해 공작수사, 편파수사를 자행해 지방선거 직전 울산시민의 민심을 왜곡했다”며 고발장을 냈다. 한국당 관계자는 “경찰이 비서실장 등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되거나 검찰에서 반려됐음에도 황 청장은 수사를 강행하고 언론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의도를 가진 편파 수사라는 게 한국당 입장이다.

이에 황 청장은 “검찰이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내가 목소리를 높이자 보복하기 위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경찰이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잡은 유통업자로부터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시민단체는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담당 검사를 울산경찰청에 고발했다. 황 청장은 유통업자 측 변호인이 전관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담당 검사가 해외연수를 떠나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황 청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김 전 시장 측근들을 불기소 처분한 것은 기소독점권을 활용한 기소권 남용”이라며 “검찰이 모종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경찰 수사에 대해 무리한 뒤집기를 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리혐의자들은 큰소리를 치고 비리 척결에 앞장선 수사관들은 위축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경찰의 자질과 수사 능력을 헐뜯는 동시에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대해 앙갚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황 청장은 “정치권의 고소·고발 남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정치 공세성 고소·고발을 모두 수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에서 조사받아야 할 하등의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사법절차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나를) 조사하면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며 “그 대신에 고래고기 사건 담당 검사도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울산경찰청의 반발도 거세다. 총경급 한 간부는 최근 경찰 내부망에 “김 전 시장 측근의 비리 사건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기소 의견과 불기소 처분으로 상반된 결론을 내렸는데, 경찰이 잘못됐다면 수사 책임자로서 전업 남편으로 돌아가겠으나 검찰이 잘못됐다면 변호사로 직업을 바꿔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불만을 터트렸다. 반면 검찰은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고 황 청장 고발사건은 공안부에 배당해 진행하고 있다”며 “황 청장을 검찰에 부를지는 수사의 필요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해당 검사가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했기 때문에 경찰 출석 여부는 담당검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19-04-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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