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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안전 1순위로” 엠마 왓슨이 틱톡 CEO에 편지 보낸 이유 [김정화의 WWW]

“여성 안전 1순위로” 엠마 왓슨이 틱톡 CEO에 편지 보낸 이유 [김정화의 WWW]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7-03 11:00
업데이트 2021-07-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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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유엔 여성기구 세대평등포럼 풍경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이 2014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양성평등 캠페인 ‘히포쉬’(He For She)를 주도하며 연설하는 모습. 유튜브 캡쳐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이 2014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양성평등 캠페인 ‘히포쉬’(He For She)를 주도하며 연설하는 모습. 유튜브 캡쳐
“우리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의 안전을 긴급한 우선순위로 둘 것을 요구합니다.”

전세계 200명 이상의 유명인사들이 페이스북·트위터·틱톡·구글에 이같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의 성폭력과 여성 성착취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월드와이드웹(WWW)재단은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 여성기구의 세대평등포럼에서 이 서한을 공개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배우 엠마 왓슨과 미국 배우 애슐리 저드,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 미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부인 그라사 마셀 등 유력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서신을 보낸 건 온라인에서 갈수록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성폭력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터넷은 21세기 광장이다. 논쟁이 벌어지고, 공동체가 형성되는 곳”이라며 “하지만 온라인 성폭력 규모를 보면 이 디지털 광장은 여성들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성 10명 중 4명 온라인 폭력 경험…“플랫폼이 제 역할해야”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UN) 세대평등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훔질레 믈람보 응쿠카 유엔 여성기구 이사, 엘리자베스 모레노 프랑스 여성부 장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파리 AF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UN) 세대평등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훔질레 믈람보 응쿠카 유엔 여성기구 이사, 엘리자베스 모레노 프랑스 여성부 장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파리 AFP 연합뉴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해 51개국 4000명 이상의 성인 여성에게 물은 결과, 38%가 온라인 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도 있다. 길라드 전 총리는 “재직 당시 나 역시 공직에 있는 다른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적이고 추잡한 만화 같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정기적으로 받았다”며 “여성들은 여전히 이런 학대에 화가 나고 좌절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플랫폼이 학대 신고 제도를 개선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온라인 학대를 다루는 해시태그 ‘그녀는 계속했다’(#ShePersisted Global)의 루시나 디메코는 “이들 기업의 CEO들은 부적절한 게시물과 그 생산자들을 걸러내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이런 추상적 약속은 자사를 홍보하는 데만 쓰일 뿐”이라며 “여성 폭력을 멈출 실질적인 약속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세대평등포럼에서 이라크 인권운동가인 나디아 무라드가 연설하고 있다. 야지디족 출신 인권운동가인 무라드는 2018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파리 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세대평등포럼에서 이라크 인권운동가인 나디아 무라드가 연설하고 있다. 야지디족 출신 인권운동가인 무라드는 2018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파리 AFP 연합뉴스
서한은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안전과 관련해 더 많은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며 “누구와 소통할지, 자신의 콘텐츠가 어디까지 노출될 것인지 등을 쉽게 설정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폭력이 벌어지면 쉽게 신고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이츠 “여성 권력 필요”…노벨평화상 무퀘게 “남성도 성평등 나서야”
미국 기업가이자 자선사업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세대평등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기업가이자 자선사업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세대평등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대평등포럼에는 WWW의 서한 외에도 여성들의 권익을 향상시킬 방법을 고민하며 수많은 이들이 모였다. 이번 포럼은 1995년 9월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 25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로 미뤄졌다. 남녀 동일임금부터 돌봄 노동, 성희롱 등 모든 형태의 여성 폭력,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룬다.

전세계의 성평등을 주창하며 모인 이들엔 기업가이자 자선사업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뿐 아니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등이 포함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최근 이혼한 멀린다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며 이번에 성평등을 위해 2조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여성들은 식탁에 앉는 것뿐 아니라 정책과 결정이 내려지는 모든 방에 있어야 한다”며 이번 투자금 역시 여성들이 정재계에서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쓰일 것이라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유엔 세대평등포럼 개최를 맞아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는 모습이 파리에서 중계되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유엔 세대평등포럼 개최를 맞아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는 모습이 파리에서 중계되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때 가장 강력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약해진다”며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성평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훔질레 믈람보 응쿠카 유엔 여성기구 이사는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회의에서 양성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지만, 부족한 자금과 각종 플랫폼의 외면은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진가를 깨닫지 못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세대평등포럼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정치인 하비바 사라비와 인사하고 있다. 사라비는 아프간에서 여성 최초로 바미안 주지사를 지냈고 여성부 장관으로 일했다. 파리 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세대평등포럼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정치인 하비바 사라비와 인사하고 있다. 사라비는 아프간에서 여성 최초로 바미안 주지사를 지냈고 여성부 장관으로 일했다. 파리 AFP 연합뉴스
2018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 박사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세대평등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2018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 박사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세대평등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성평등 위해선 성별과 관계 없이 모두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멕시코와 함께 포럼을 주최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여성은 단순히 자유롭게 운전하고 싶고, 베일을 쓰고싶지 않고, 낙태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위협받는다”고 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정폭력부터 성착취, 인신매매, 아동 조혼, 온라인 괴롭힘 등 여성혐오와 폭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그늘에서 더욱 번성했다”며 우려했다.

성폭행 피해자들을 도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고, “전쟁 성폭력 종식을 위해선 남성들도 나서야 한다”고 줄곧 외친 콩고민주공화국의 드니 무퀘게 박사 역시 포럼에 참여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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