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과해” 일본 총리, 무리수 뒷배경에는…

“MB 사과해” 일본 총리, 무리수 뒷배경에는…

입력 2012-08-25 00:00
업데이트 2012-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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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 증폭] ‘독도’로 위기 탈출… 노다, 韓·日관계 50년 후퇴 ‘도박’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사죄를 요구하는가 하면 24일에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는 노다 총리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노다 총리가 한·일 관계를 근본에서 뒤흔드는 ‘대도박’에 나선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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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본 중의원(하원)이 본회의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요구 발언에 항의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도쿄 교도 연합뉴스
24일 일본 중의원(하원)이 본회의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요구 발언에 항의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도쿄 교도 연합뉴스


노다 총리의 도박은 이미 예상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한·일 관계를 담당하는 외교관들은 노다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한·일 관계가 모두 엉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노다 총리는 지난해 12월 교토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자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상징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맞섰다. 노다 총리는 또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을 통해 부두 겸 방파제 설치 등 한국 정부의 독도 영유권 강화에 대해 항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때부터 노다 정권과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현안을 풀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결국 지난 10일 독도 방문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인 노다 총리는 취임 이후 독도 영유권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우리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아시아 중시’를 외치며 한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던 전임자들인 하토야마 유키오, 간 나오토 전 총리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내 대부분의 친한파 의원들과 달리 한·일 관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노다 총리가 한·일 관계를 50년 후퇴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과 평화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노다 총리의 개인적인 신념 이외에도 자신과 민주당이 처한 정치 상황이 독도문제 등과 관련한 노다 총리의 강경 대응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달 21일 민주당 대표 선거와 10월 또는 11월에 치러질 중의원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란 측면도 있다. 총리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19%·지지통신 17일 조사)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난국을 타개할 새 동력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왕의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자 노다 총리는 이를 지지율 회복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야당인 자민당이 29일 참의원에 총리문책결의안을 제출하고, 정기국회 회기(9월 8일) 내에 중의원 해산-조기총선을 압박하는 것도 노다 총리를 더욱 강하게 행동하도록 몰고 있다.

노다 총리가 독도 문제에 대처하면서 강한 어조를 사용한 것이나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유감 서한을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미리 공개한 것은 철저하게 국내정치용이라는 분석이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일 간의 극한 외교적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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